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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국내 도입 시에는 한국인 식생활 패턴과 의료체계, 국민 수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설탕부담금(설탕세)'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치과계가 이를 국민 구강건강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정책적 기회로 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은 최근 발행한 이슈리포트(이은정 전문연구원, 전지은 선임연구원 저)를 통해 설탕세 도입은 치아우식증의 핵심 원인인 설탕 소비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회에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인 김선민 의원 대표발의안(2026.1.30.)과 이수진 의원 대표발의안(2026.2.3.)이 계류 중이다. 두 법안 모두 국민건강증진기금 내에 가당음료부담금을 신설해 설탕이나 시럽 등 첨가당이 들어간 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선민 의원안은 첨가당 함량에 따라 2단계 차등 요율을 적용하며 이수진 의원안은 9단계의 세분화된 누진 체계를 제안하고 있다.

글로벌 사례를 보면 설탕세의 효과는 뚜렷하다. 2024년 7월 기준 전 세계 최소 116개국이 설탕첨가음료(SSB)에 소비세를 적용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18년 도입 이후 제조법 변경을 유도해 음료 내 당분 함량이 46%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멕시코는 도입 초기 구매량이 약 10% 감소했으며, 특히 저소득층에서 물 구매가 16.2% 증가하는 대체 효과를 보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또한 과세 음료를 통한 당 섭취량이 최대 51% 급감하는 등 설탕 소비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구강 건강 개선과의 상관관계도 입증됐다. 멕시코의 관찰 연구에 따르면 세금 도입 이후 치아우식 관련 외래 진료 방문 횟수와 평균 우식 치아 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영국에서도 설탕세 시행 이후 아동의 치과 치료 활동 및 치과 질환으로 인한 입원 건수가 줄어들어 국가보건서비스(NHS)의 재정이 절감됐다. 이러한 혜택은 저소득층과 청소년 등 취약 계층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치과계는 정책 설계의 주체로서 국회 심의 및 관계부처 논의에 치과계 전문위원을 포함해 구강건강 관점의 의견을 적극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일부를 구강보건사업 전용 재원으로 배정해 아동·청소년 치면열구전색(실란트) 및 불소도포 확대, 아동치과주치의사업 강화, 저소득층 구강검진 지원에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실제로 네덜란드 여론조사에서 세금이 건강증진 목적으로 사용될 때 지지율이 55%로 나타났으며, 국내 조사에서도 57.3%가 이에 찬성한 바 있다. 다만 연구진은 국내 도입 시에는 한국인 식생활 패턴과 의료체계, 국민 수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설탕세 도입으로 치아우식증이 감소하더라도 정기 검진과 예방 서비스 수요가 늘고 치료 중심에서 예방·관리 중심 치과 의료 체계로 자연스럽게 전환될 것"이라며 "확보된 재원이 치과계 지속 가능한 발전과 전문성 제고로 이어지는 전략적 성공 사례가 되도록 정부의 파트너를 넘어 정책 설계자로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