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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시력은 일상 속에서 단련할 수 있다. /유튜브 채널 '스탐' 캡처
최근 KBO에 ‘동체시력 훈련’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타석에 서기 전이나 더그아웃에서 손가락을 눈 앞에 가져다 댄 선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화이글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한화 문현빈은 “(동체시력 훈련 루틴을) 24년도 일본 교육리그에서 알아 왔다”며 손가락을 눈 앞이나 양 옆에 두고 눈동자만 움직여 초점을 맞추는 등의 동체시력 훈련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속도를 따라잡는 시선, 동체시력 
동체시력이란 움직이는 물체를 식별하는 능력으로, 눈의 해상도를 의미하는 시력과는 다른 개념이다. 시력은 물론 눈 근육의 운동 능력, 근육의 신경, 뇌의 정보 처리 속도 등이 전반적으로 향상돼야 동체 시력이 좋아진다.

온누리스마일안과 김부기 대표원장에 따르면, 동체시력이 뛰어난 사람은 움직이는 물체를 정교하게 추적한다. 일반인은 물체가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면 눈이 물체를 따라가는 속도가 뒤처졌다가 갑자기 빨라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반면 동체시력이 좋은 사람은 이 간격이 매우 짧고 안정적이어서 눈이 움직이는 물체를 부드럽게 따라간다. 물체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뇌가 이를 인식하고, 눈 근육에 신호를 보내 반응하기까지의 시간도 훨씬 짧다.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도 망막의 황반에 물체의 상을 정확히 유지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0.4초 안에 구질을 판단하고 스윙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타자들이 동체시력 훈련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체시력은 훈련으로 강화할 수 있다. 김부기 원장은 “동체시력은 안구 자체의 물리적 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안구 근육의 협응력과 뇌의 시각 정보 처리 효율을 높이는 신경가소성의 영역이다”라고 했다. 신경가소성이란 뇌의 뉴런과 신경망이 새로운 자극에 반응해 이전 상태와는 다른 방식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미국 대학 야구선수 19명을 대상으로 2개월간 격자무늬를 보면서 특정 모양과 각도를 찾는 훈련을 한 결과, 양안 시력이 증가하고 스트라이크 아웃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부기 원장은 이를 “시각 자극 훈련이 동체시력을 향상시켜 실제 경기 환경에서의 수행 능력이 향상됐음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거도 하는 동체시력 훈련법은?
김부기 원장은 동체시력 강화 훈련으로 ▲근거리-원거리 교대 주시 ▲도약 안구 운동 ▲안구 회전 운동 ▲안구 추적 훈련을 꼽았다. 근거리-원거리 교대 주시 훈련은 엄지손가락을 코 앞에 두고 응시하다가 먼 곳을 보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수정체 조절 근육이 단련되고 초점 전환 속도가 빨라진다. 도약 안구 운동은 시선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빠르게 이동시키는 연습이다. 양쪽 검지 손가락을 세운 채 양 팔을 벌리고, 머리가 정면을 향한 상태에서 눈동자만 사용해 왼쪽과 오른쪽 손가락을 최대한 빠르게 번갈아 응시한다. 비슷한 방법으로 머리는 고정한 채 눈동자만 상하좌우, 대각선 끝까지 회전시키면 눈 근육이 강화된다.

안구 추적 훈련은 숫자나 글자를 무작위로 적은 공을 던진 뒤 눈으로 내용을 식별하는 것이다. 실제로 16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뛴 추신수는 테니스공에 숫자를 적은 뒤, 타석에서 날아오는 공에 적힌 숫자를 읽는 훈련을 했다. 김부기 원장은 “단순히 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추출해야 하기 때문에 시각적 탐색과 인지 처리 속도가 동시에 높아진다”며 “뇌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이미지 속에서 세밀한 부분을 포착하도록 강제하는 고강도 시력 훈련”이라고 했다.

빠른 판단이 필요한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가까이 다가오는 물체를 끝까지 바라보는 훈련 ▲눈을 감지 않는 훈련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부기 원장에 따르면 물체가 다가올 때는 두 눈이 안쪽으로 모이는데, 물체를 끝까지 보면 안구 근육인 내직근을 단련하고, 초점을 맞추는 협응력이 극대화된다. 거리가 변하는 물체에 즉각적으로 초점을 맞추기 위해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모양체근의 반응 속도도 빨라진다. 팔을 뻗어 엄지를 세우고, 손톱에 시선을 고정한 채 손가락을 코 앞 5~10cm 거리까지 가져왔다가 멀리 보내는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이 때 속도가 너무 빨라지지 않도록 조절하고, 손톱이 흐릿해지지 않도록 집중해야 한다.

위협을 감지했을 때 우리는 본능에 의해 눈을 깜빡이게 된다. 0.1~0.15초의 짧은 시간이지만, 이 시간 동안 시각 정보가 차단된다. 셔틀콕이나 스펀지 공 같은 가벼운 물체가 눈 앞으로 다가오는 상황을 연출해 깜빡임을 억제하는 연습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물체가 다가올 때 물체 너머의 특정 지점에 시선을 고정하면 효과가 있다. 다만, 부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투명한 아크릴판을 눈 앞에 두거나 보호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김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