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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 결과 치아 상실이 있는 경우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구강 건강’이 건강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단순히 치아를 유지하는 문제를 넘어, 암을 비롯한 전신 질환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잇따르면서다.

◇치아 상실 많을수록 암 위험 증가
국제학술지 ‘구강보건 및 예방치과학(Oral Health & Preventive Dentistry)’ 최근호에 따르면, 고려대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2010~2018년)에 참여한 성인 1만3616명을 분석한 결과, 치아가 8개 이상 빠진 사람은 치아 결손이 없는 사람보다 암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1.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결과는 대규모 추적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와 서울시보라매병원 연구팀이 구강검진을 받은 성인 384만여 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도 치아 상실이 있는 집단에서 전반적인 암 발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암종별로는 대장암 13%, 간암 9%, 위암 8%, 폐암 4% 증가했다. 치은염이 있는 경우 역시 간암과 대장암 위험이 각각 8%, 7%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50세 이상에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더 뚜렷했다. 치아 상실이 있는 경우 전체 암 발생 위험이 약 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속 염증이 전신으로… 면역 떨어뜨려
구강 건강과 암을 연결하는 주요 기전으로는 ‘만성 염증’이 꼽힌다. 대표적인 만성 염증 질환인 치주염은 세균성 플라크로 인해 발생하며, 염증 반응이 구강에 국한되지 않고 전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염증 매개 물질이 혈류를 통해 퍼지면서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의 발생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치주염 환자일수록 암 유병률이 높은 경향이 관찰됐고, 치아 상실 개수가 많을수록 그 연관성도 강화되는 양상이 보고됐다.


다만, 이러한 결과를 해석할 때는 ‘역방향 인과성’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암 자체나 항암치료 과정에서 면역 기능이 저하되면서 구강 상태가 악화되고, 그 결과 치아 상실이 증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구강 건강이 단순한 생활 습관의 문제를 넘어 온몸 건강의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치아가 빠지는 현상을 단순 노화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루 3번 양치하면 암 위험 30% 낮아 
일상적인 관리 역시 중요하다. 고려대 연구에서는 칫솔질 횟수에 따라 암 유병률 차이가 확인됐다. 하루 3회 미만으로 양치하는 사람의 암 유병률은 3.2%로, 하루 3회 이상 양치하는 사람(2.2%)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하루 3회 이상 칫솔질을 할 경우 암 유병 가능성이 약 30%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위생 습관을 넘어, 구강 관리 수준이 전신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임지준 회장은 "치아 상실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온몸 건강의 경고 신호로, 초고령사회 속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개인과 국가가 모두 구강건강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치아 한 개의 경제적 가치는 약 3만 달러에 달할 만큼 중요성이 크고, 건강수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평소 올바른 칫솔질과 치태 관리만으로도 치주질환뿐 아니라 폐렴, 치매 위험까지 낮출 수 있는 만큼 국가적인 구강건강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