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미스터리]

이미지
이러한 기형종은 우리 몸의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생식세포에서 기원한다​/사진=Wiley Online Library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배 속에서 사람 형태를 닮은 물체가 발견된다면 어떨까. 실제로 난소에서 태아처럼 생긴 구조물이 발견된 기이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2004년 국제학술지 ‘Birth Defects Research Part A: Clinical and Molecular Teratology’에는 일본 적십자 나고야 제1병원 산부인과 의료진이 보고한 25세 여성의 사례가 실렸다. 환자는 평범한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고, 성숙 낭성 기형종이 의심돼 수술을 받게 됐다. 비교적 흔한 질환이고 수술의 난도도 높지 않았지만, 수술대 위에서 의료진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이 꺼낸 난소 종양 내부에는 단순한 조직이 아닌, 사람의 형태를 닮은 기이한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이 덩어리는 머리와 몸통, 사지까지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정밀 검사 결과, 이는 라틴어로 ‘작은 인간’을 뜻하는 ‘호문쿨루스(homunculus)’라고도 불리는 ‘태아형 기형종(Fetiform teratoma)’으로 확인됐다. 태아형 기형종은 성숙 낭성 기형종의 한 유형이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내부는 더욱 놀라웠다. 뇌와 눈, 척수 신경, 귀, 치아, 갑상선, 장기, 혈관 등 다양한 조직이 확인됐고, 일부 생식기 조직도 관찰됐다. 특히 눈은 머리 앞쪽에, 척수는 등 쪽에, 장은 몸통 깊숙이 자리 잡는 등 실제 인체와 유사한 위치에 배열돼 있었다. 무작위로 섞인 조직이 아니라, 마치 설계도에 따라 만들어진 듯한 구조였다. 의료진은 “이러한 사례는 신체 구조 형성에 필요한 정보가 단성생식에서도 보존되고 전달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보고됐다. 2003년 고려대병원 산부인과 의료진은 23세 여성의 난소에서 제거된 성숙 낭성 기형종 안에서 부분적인 태아 유사 구조를 확인했다. 해당 구조물은 두개골과 상지 일부를 갖추고 있었으며, 내부에서는 대뇌 피질과 연수막 등도 관찰됐다.


이러한 기형종은 우리 몸의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생식세포에서 기원한다. 이 때문에 뇌, 피부, 치아, 연골 등 여러 조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의 기형종은 이러한 조직들이 무질서하게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태아형 기형종은 이 조직들이 사람 형태로 정교하게 배열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의학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사례다.

겉모습은 태아를 닮았지만, 실제 임신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다. 태반이나 탯줄 같은 생명 유지 구조가 없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능력도 없는 종양에 불과하다. 주로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 뼈 구조가 사람 형상으로 배열된 것을 통해 의심되며, 수술 후 조직 검사로 최종 확진된다.

한편, 성숙 낭성 기형종은 가임기 여성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종양으로, 대체로 양성이며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위험한 질환은 아니다. 대부분 수술로 제거할 수 있으며, 특히 가임기 여성의 경우 난소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재발 가능성이 있고,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예방은 어려운 편이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드물게 발생할 수 있으며, 남성의 경우 주로 고환에서 발생하고 드물게 가슴 중앙이나 복막 뒤에서도 발견된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