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시술 전문 한의원 증가
‘가성비·자연주의’ 이미지로 수요 급증
안전성 두고 의료계·한의계 엇갈린 입장
소비자 정보 확인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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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A씨(31)는 최근 SNS 광고를 보고 '미용 한의원'을 찾았다. 피부과에서는 30만~40만 원에서 시작하는 이른바 '연어주사(PDRN)'와 유사한 성분의 약침 시술을 10만 원 미만에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효과가 비슷하다면 굳이 비싼 피부과에 갈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한방 성분이라 부작용도 덜할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미용 시술을 전문으로 내세운 한의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500여 명의 한의사가 미용 진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통증 치료나 보약 중심이던 한의원이 'K-뷰티' 시장의 한 축으로 떠오르면서 일부 유명 체인점은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왜 익숙한 피부과 대신 한의원을 선택하는 걸까.

◇압도적인 가성비와 '자연주의' 이미지로 낮춘 부담
소비자들이 한의원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미용 시술은 대부분 비급여 항목이어서 비용 부담이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피부과에서 수십만 원대인 시술이 한의원에서는 '약침'이라는 이름으로 10만 원 이하에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효과가 비슷하다면 더 저렴한 시술을 선택하겠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패키지 상품이나 이벤트 가격도 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소다. 대한한의사협회 김석희 홍보이사는 "한의원에서는 환자들이 보다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격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은 '심리적 접근성'이다. 레이저, 필러, 보톡스 등 기존 미용 시술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자연 유래 성분'이나 '침'을 활용한 시술에 더 쉽게 끌린다는 것이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피부과의 보툴리눔 톡신이나 필러, 레이저 등은 화학적 물질이나 강한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인식이 있어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있다"며 "반면 한방 시술은 전통적이고 친숙한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준다"고 했다.

진료 방식의 차이도 한몫한다. 한의원은 피부 상태뿐 아니라 체질과 생활 습관을 함께 고려하는 '전인적 접근'을 내세운다. 김석희 이사는 "단순히 피부 상태만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 건강과의 연관성까지 평가하는 개인 맞춤형 관리가 한의원만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검증 부족" vs "전통의 현대적 해석"
하지만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교차한다. 논란의 핵심은 '약침이 피부과 주사제만큼 검증되었는가'이다.

피부과에서 사용하는 재생 주사나 필러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기 위해 기술문서 심사와 임상자료 검토 과정을 거친다. 무균 제조 공정(GMP) 등 엄격한 품질 관리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제조 비용도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한의원의 '약침'은 한의사가 한의학 원리에 근거해 직접 조제하거나 원외 탕전실을 통해 만든다. 같은 PDRN 성분을 사용하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와는 달리, 한의사의 조제권을 바탕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제조·관리 체계의 차이는 가격 차이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의료계는 한의계가 의약분업 예외 직군이라는 점에서 일반 의약품처럼 성분 공개나 임상시험이 의무화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다.

김범준 교수는 "자연적인 것이 곧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피부과 주사제와 달리 약침은 성분의 농도와 무균 상태가 공산품처럼 100% 균일하게 유지되기 어렵다"며 "정제되지 않은 추출물이 진피층에 주입될 경우 예측 불가능한 면역 반응이나 감염, 육아종(단단한 덩어리)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시술은 환자를 사실상 '테스트 대상'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의계는 약침이 이미 한의학 체계 내에서 충분히 검증되었다는 입장이다. 김석희 이사는 "미용 약침은 기존 한의학 치료 체계 안에서 발전해 온 방법"이라며 "태반 약침 등은 이미 오랜 임상 경험이 축적되어 있고, 전문가인 한의사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되기에 충분히 안전하다"고 반박했다.

◇결국 '알고 맞는 것'이 핵심… 소비자 판단 중요
현장에서는 부작용 대응과 의료기기 사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김범준 교수는 "대학병원 현장에서 출처 불명의 약침이나 매선침 시술 후 발생한 부작용 사례를 심심치 않게 접한다"며 "가장 큰 문제는 환자 본인이 어떤 성분을 맞았는지 몰라 병원에서 해독이나 제거 치료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석희 이사는 "한의사는 염증, 통증, 조직 회복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임상 경험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자체적으로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미용 시술이 단순한 '상품 구매'처럼 소비되는 현상에 우려를 나타낸다. 특히 인체 내부로 직접 주입되는 시술일수록 투명한 정보 공개와 안전성 확인이 필수적이다. 김범준 교수는 "내 몸에 주입되는 시술이라면 무엇이, 어떻게 만들어져 들어가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식약처 허가 여부와 응급 상황 대처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희 이사 역시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시행하는 공식 미용 의료 안전성 교육을 이수한 의료진인지 확인하는 것이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