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고 하지만, 코골이까지 이기기는 어려울 수 있다. 최근 국내외 유명 인사들 사이에서 부부가 침실을 따로 쓰는, 이른바 '수면 이혼'이 화제가 되면서, 함께 자는 것이 과연 건강에 좋은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심리학과 수석 강사인 로라 부베르 박사는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수면의 질은 신체와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며 "대부분의 성인은 하루 6~9시간을 자는 만큼, 수면 방식이 전반적인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수면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가족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자는 것이 흔했지만, 위생과 질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따로 자는 문화가 확산됐다. 이후 다시 함께 자는 것이 친밀함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함께 자는 것에는 분명 장점이 있다. 부베르 박사는 "같이 자는 것은 관계의 친밀감과 정서적 유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로 독일 킬 크리스티안 알브레히츠대 연구에 따르면 커플이 함께 잘 때 호흡과 심박수가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안정감과 심리적 편안함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랑의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 분비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파트너로 인해 수면이 방해받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코골이, 잦은 야간 화장실 이용, 스마트폰 사용 등은 상대방의 수면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이러한 방해가 반복되면 잠드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주 깨는 등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이는 면역력 저하로 감염병에 취약해지거나, 체중 증가와 당뇨 위험을 높이는 등 전반적인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수면이 지속적으로 방해받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따로 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각자에게 맞는 수면 환경을 만들 수 있고, 조명과 온도, 침구 등을 개인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취침 시간이나 생활 습관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또한 수면의 질에는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관계의 질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커플일수록 전반적인 수면의 질이 높은 반면, 갈등이 많은 경우에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수면 부족은 짜증과 예민함을 키우고 감정 조절을 어렵게 만들어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베르 박사는 "따로 자는 것이 반드시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파트너 때문에 잠을 못 자 건강을 해치고 있다면, 서로를 위해 각자의 수면 공간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