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소리 패턴과 결합한 음악이 불안 장애를 단기간에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 메트로폴리탄대 연구팀은 음악과 청각적 박동 자극(ABS) 결합이 불안 증세 감소에 미치는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설계하게 된 이유에 대해 “불안 장애는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지만, 기존 약물 치료는 부작용 우려가 있고 명상은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다”며 “가만히 듣기만 해도 뇌가 스스로 반응해 안정을 찾는 가장 쉽고 저렴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구의 핵심인 청각적 박동 자극이란 우리 뇌가 가진 착각을 이용하는 일종의 뇌파 동기화 기술이다. 왼쪽 귀와 오른쪽 귀에 서로 미세하게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동시에 들려주면, 우리 뇌는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내부에서 제3의 가상 진동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이 진동이 깊은 휴식을 취할 때 나오는 뇌파와 일치하게 되면 요동치던 뇌세포들이 그 리듬에 맞춰 차분하게 정렬되는 원리다.
연구팀은 중등도 불안 증세를 보이는 성인 131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인공 자연 소음(폭포·빗소리 등 배경 소음) 24분 감상 ▲ABS 결합 음악 12분 감상 ▲ABS 결합 음악 24분 감상 ▲ABS 결합 음악 36분 감상 등 서로 다른 조건에서 소리를 들었다. 연구팀은 청취 전후로 참가자들의 인지적·신체적 불안 수치와 정서 변화를 정밀 측정해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일반적인 자연 소음을 들었을 때보다 ABS 결합 음악을 들었을 때 불안 수치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특히 연구팀은 가장 효율적인 청취 시간으로 24분을 꼽았다. 12분은 뇌파가 안정되기에 다소 부족했고, 36분은 24분 청취 시보다 추가적인 효과가 크지 않았다.
연구팀은 “ABS 결합 음악은 뇌 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쳐 통제할 수 없는 생각이나 집중력 저하 같은 인지적 증상은 물론, 메스꺼움이나 가슴 통증 같은 신체적 증상까지 완화했다”며 “특히 24분은 불안을 의미 있게 감소시키면서도 일상에서 큰 부담 없이 할애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부작용 우려가 있는 신경안정제 등을 대신할 ‘디지털 치료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별도의 훈련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뇌가 즉각 반응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불안 장애뿐 아니라 수면 장애, 스트레스 관리 등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다만, 연구팀은 “ABS의 효과는 개인의 타고난 뇌파 주파수 특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PLOS Mental Health’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