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인공지능(AI)이 제시하는 다이어트 식단이 청소년에게 필요한 일일 열량보다 크게 부족하고 영양소 구성도 불균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 제시하는 다이어트 식단이 청소년에게 필요한 일일 열량보다 크게 부족하고 영양소 구성도 불균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터키 이스탄불 아틀라스대, 메데니예트대 공동 연구팀은 AI가 생성하는 청소년 식단의 영양학적 정보의 질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AI 모델이 만든 식단과 영양사가 설계한 기준 식단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15세 청소년 4명의 가상 프로필을 만들었다. 각 프로필은 남학생 2명과 여학생 2명으로 구성됐으며,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성별 당 한 명은 과체중, 다른 한 명은 비만으로 설정했다. 이후 체중 감량을 원하는 상황을 가정해 5개의 서로 다른 AI 모델에게 3일간의 식단 계획을 요청했다. 이렇게 생성된 총 60개의 식단을 영양사가 설계한 기준 식단과 비교했다. 비교 기준 식단은 터키 국가 영양 지침과 세계보건기구(WHO)·식량농업기구(FAO) 권고, 미국 의학연구소(IOM)의 다량영양소 권장 비율을 바탕으로 탄수화물 45~50%, 지방 30~35%, 단백질 15~20%로 구성됐다.

분석 결과, AI가 생성한 식단은 영양사가 설계한 식단보다 하루 평균 약 695kcal의 열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단백질(21.5~23.7%)과 지방(41.5~44.5%) 비율은 청소년 권장 수준보다 높았고, 탄수화물(32.4~36.3%) 비율은 낮았다. 칼슘, 철분 등 미량 영양소 함량에서도 AI 모델마다 큰 차이를 보였으며, 모든 영양소에서 영양사의 식단과 일관되게 유사한 결과를 보인 모델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식단의 가장 큰 문제로 AI가 온라인에 존재하는 부정확한 영양 정보를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 소아과 나가타 교수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정보를 제공하도록 설계돼 잘못된 가정이나 급격한 체중 감량 시도를 제지하기 어렵다”며 “의료 전문가는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막고 적절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지만 AI는 단순히 방법만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청소년기는 급격한 신체 성장과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로, 이 시기에 영양 섭취가 부족하거나 불균형하면 키 성장 저해뿐 아니라 뇌, 간 등 주요 장기 발달 지연, 여성 청소년의 경우 생리 불순이나 무월경 등 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나가타 교수는 “지속적인 칼로리 부족 상태에 있는 십 대 청소년들이 심장이나 뇌 기능 문제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극단적인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나치게 낮은 열량이나 불균형한 다이어트는 단식, 식사 거르기 등 건강하지 못한 체중 조절 행동을 유도해 섭식 장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AAP)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십 대 남학생은 하루 약 2800kcal, 여학생은 약 2200kcal가 필요하다. 한국영양학회 ‘2025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도 청소년 권장 에너지 섭취량은 남자 12~14세 약 2500kcal, 15~18세 약 2700kcal, 여학생은 약 2000kcal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열량 제한보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고루 갖춘 식사와 꾸준한 신체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챗봇들이 중요한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으며, 청소년과 성인 모두 이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의 주 저자인 이스탄불 아틀라스대 영양학과 아예 베툴 빌렌 교수는 “AI 기술은 일반적인 정보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영양 요구량이 특히 중요한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전문가의 지도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며 “성장기에 이런 불균형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Nutrition’에 지난 12일 게재됐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