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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급격한 기온 차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혈액순환 장애와 달팽이관 기능 저하를 유발하면 이명이 발생할 수 있다. 이명은 종종 청력 저하 신호로 여겨지는데 사실일까?

이명은 우리 몸에 보내는 청력 저하의 신호일 수 있다. 실제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이명 환자군에서 청력 이상이 동반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외부 소리가 귓구멍과 고막, 이소골을 지나 달팽이관에 도달하면, 달팽이관 내의 유모세포가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꾼다. 이 신호가 청각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면 우리는 소리를 인식하게 된다. 이명과 난청이 연관되는 이유는 이러한 귀의 구조와 뇌의 작동 방식 때문이다.

문제는 노화, 소음 노출, 특정 약물 등으로 인해 이 유모세포가 손상될 때 발생한다. 특정 주파수를 담당하는 세포가 손상되면 해당 소리가 뇌로 전달되지 않는 감각신경성 난청이 나타날 수 있다.

소리 자극이 줄어들면 뇌는 부족한 소리 입력을 보완하기 위해 뇌의 청각 중추가 스스로 예민도를 높인다. 이를 신경과학계에서는 ‘중추 이득 증가(Central Gain)’ 현상이라 부른다. 라디오 신호가 약할 때 볼륨을 높이면 ‘치익-’ 하는 잡음이 커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김영호 교수는 “뇌가 신호를 과도하게 증폭시키는 과정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인식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느끼는 이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이명은 청력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공백을 메우려는 뇌의 비정상적인 노력인 셈이다.


이명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청력 저하가 함께 나타난 경우가 많다. 특히 중증도 이상의 난청과 함께 말소리를 또렷하게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진 경우라면 보청기 착용이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다. 다만 이명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원인이 없는지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경우 보청기는 단순한 보조기기를 넘어 중요한 청각 재활 수단이 될 수 있다. 김영호 교수는 “난청이 있으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리 자극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뇌가 상대적으로 이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며 “하지만 보청기를 통해 일상 속 소리가 다시 뇌에 전달되면, 청각 정보가 정상적으로 입력되면서 이명에 대한 인식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학회 가이드라인(2014)에서도 난청이 동반된 이명 환자에게 보청기 평가를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고령층에서 난청을 적극적으로 교정하는 것은 이명 증상 완화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인지 기능 저하나 치매 위험 감소와도 관련 있다. 이처럼 보청기는 단순 청각 기능을 보완하는 것을 넘어 인지 건강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난청이 모든 이명의 원인은 아니다. 이명은 스트레스, 수면 부족, 전신 질환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갑작스럽게 청력이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의 경우에는 약 90%에서 이명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일부 환자들은 단순한 이명으로 생각해 시간을 보내다가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돌발성 난청은 발생 후 가능한 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갑작스럽게 이명이 발생했거나 지속된다면, 단순한 불편함으로 넘기지 말고 이비인후과를 찾아 청력 상태를 정확히 평가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상훈 기자 | 정유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