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 두아’에서는 대부업체 대표 홍성신(정진영)이 신부전증(말기콩팥병)을 앓고 있다고 고백하는 장면과 함께, 사라 킴(신혜선)의 도움으로 투석을 시행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복부에 삽입된 도관에 투석액을 연결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교환하는 복막투석이다. 의료진의 도움 없이, 의료기관이 아닌 공간에서 진행되는 투석 방식은 시청자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의료기관에서 받는 혈액투석과는 어떻게 다른 걸까?
콩팥은 ‘침묵의 장기’로 불릴 만큼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콩팥 기능이 상당히 저하될 때까지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아, 피로감이나 식욕 저하,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경우도 있다. 콩팥 기능이 정상의 약 10~15% 이하로 떨어지는 말기콩팥병에 이르면, 체내 노폐물과 수분을 스스로 배출하기 어려워져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하다.
투석은 손상된 콩팥의 기능을 대신해 혈액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치료로,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혈액투석은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주 3회, 한 번에 약 4시간 동안 진행된다.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대다수의 환자가 시행하고 있는 투석 방식이다.
반면, 복막투석은 드라마에 노출된 장면과 같이 복부에 삽입된 도관을 통해 투석액을 주입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배액하는 방식으로, 하루에 일정 간격으로 진행한다. 밤 동안 기계를 이용해 하는 자동복막투석을 하면 낮 시간에 일상을 유지하는 데 용이하다.
복막투석은 환자가 투석 교육을 충분히 받은 뒤, 재택 등의 개인 공간에서 스스로 시행할 수 있다. 극 중에서는 외부 화장실에서 진행했으나, 복막투석은 감염 예방을 위해 위생 관리가 중요한 만큼 청결한 환경에서 진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투석은 평생 이어지는 치료인 만큼, 환자는 생활방식과 건강상태, 직업, 선호하는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진과 상담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투석 유형을 선택해야 한다. 극 중 홍성신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서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질환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태도가 나타난다. 또한 신장 이식이 예정된 상태로 설정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복막투석이 하나의 선택지로 논의될 수 있다.
복막투석은 환자가 스스로 투석을 진행해 월 1회 수준의 정기적인 병원 방문 외에는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투석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관리 측면에서 용이하다. 특히 낮 시간 동안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 학업 등 개인의 일상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환자는 수면 중 진행되는 자동복막투석을 고려해볼 수 있다. 실제로 복막투석 환자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61%로, 혈액투석 환자(34%) 대비 2배가량 높게 나타난다.
또한 이식을 앞두고 있을 경우에도 복막투석이 좀 더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메타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복막투석 후 신장 이식을 받은 환자가 혈액투석 후 이식받은 환자 대비 생존율 및 신장 기능 유지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석 방식의 선택은 특정 상황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드라마 장면 감수를 맡은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이신아 교수(대한신장학회 부총무이사)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은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투석을 앞둔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동반 질환, 생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진과 상의한 뒤 투석 방식을 결정한다”며, “최근에는 환자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함께 반영하는 ‘공유의사결정’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신아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는 혈액투석 비율이 높은 구조로, 복막투석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이를 선택하는 환자가 적은 편이지만 특정 환자군에서는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환자가 투석 선택 과정에서 각 방식의 특성을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최근 국회에서는 만성콩팥병 관리법안이 발의됐다. 성인 10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성콩팥병에 대해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발의된 법안에는 환자 등록통계 구축과 종합계획 수립, 투석 치료 관리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만성콩팥병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