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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 국회 앞에서 열린 성분명 처방 저지 궐기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성분명 처방 의무화를 담은 법안 심사가 순번에 밀려 연기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법안이 강행될 경우 의약분업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11일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해 심사했다.

이날 소위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 법안과 의료사고 피해구제법 등 선순위 쟁점 법안이 먼저 논의됐다. 이 과정에서 39번 순서로 배치됐던 성분명 처방 관련 약사법 개정안은 차례가 돌아오기 전 소위가 산회하면서 실질적인 심사에 이르지 못했다. 법안소위원들은 미처 다루지 못한 안건을 오는 4월 소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해당 법안은 의사가 수급 불안정 의약품을 처방할 때 처방전에 특정 의약품의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포함됐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가 특정 브랜드명을 적는 '상품명 처방' 관행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약사는 같은 성분의 다른 약으로 임의 변경이 어렵다. 반면 성분명 처방이 도입되면 약사는 동일 성분 의약품 가운데 한 제품을 선택해 조제할 수 있어 '대체 조제'가 가능해진다.

약사 단체는 이번 개정안이 약품비 지출을 줄이고 의약품 선택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며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동일 성분 의약품 간 경쟁이 확대되면 약가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약가제도 개편을 통한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나영균 배재대학교 보건의료복지학과 교수는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의약품 지출액은 969달러(약 150만 원)로 OECD 평균(658달러)보다 47.3% 높다"며 "성분명 처방 의무화를 통해 대체조제율을 80%까지 확대하면 약품비 약 7조90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사 단체는 성분명 처방이 2000년 도입된 의약분업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수급 불안정 의약품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미 2025년 11월 약사법 개정이 이뤄졌고 필수 의약품 수급 대책도 시행될 예정인 만큼, 성분명 처방 의무화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사 단체는 또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과했더라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약효나 부작용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오후 의협은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성분명 처방 저지 궐기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성분명 처방 강행 시 의약분업 파기 선언', '수급 불안정 의약품 문제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하는 악법 시도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김택우 의협회장은 "약 처방은 단순히 성분명, 즉 화학식을 나열하는 행위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병력, 병용 약물, 흡수율, 부작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약제와 용량을 선택하는 전문적인 진료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성분이라도 임상 반응은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며 "소아나 고령자, 중증 질환자, 장기이식 환자 등 취약한 환자에게는 작은 차이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또 "약사단체가 실체가 불분명한 예산 절감을 운운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그 어떤 예산도 국민의 생명보다 귀할 수는 없다"며 "성분명 처방이 강행된다면 이를 의약정 합의의 일방적 파기로 간주하고 의약분업 제도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처방권이 유린당하고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회장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내던지고 투쟁하겠다"고 했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