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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해결이나 감정 전달의 인간관계 문제를 인공지능(AI)에 맡기는 형태의 새로운 소셜 오프로딩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연인에게 보낼 이별 메시지나 친구와의 갈등 상황에서 보낼 답장 문구 등을 챗봇에게 물어보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상대의 메시지 의미를 해석해 달라”거나 “상대가 상처받지 않도록 거절 문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기억·계산·판단 등 인지적 작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함인데, 이와 관련해  외신 CNN이 지난 9일(현지시각)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현상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이용을 연구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Common Sense Media’의 연구 책임자 마이클 롭 박사는 “AI를 이용해 메시지를 작성하는 것은 소통 행위 자체를 ‘외주화’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AI에 반복적으로 의존할 경우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상대의 의도나 감정을 읽는 필수적인 사회적 기술 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터프츠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미셀 디블라시 교수 역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잘 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해 AI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방식은 정서적 성장을 늦추고 고립감과 외로움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했다.

◇원인은 팬데믹과 디지털 문화의 급성장
이 현상의 배경으로는 디지털 문화의 확산과 코로나19 팬데믹이 함께 꼽힌다. 청소년기는 자신감과 정체성, 감정 조절 능력을 발달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이 시기에 충분한 사회적 경험이 이뤄지지 않으면 타인의 감정을 읽거나 인간관계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을 수 있다. 미셀 디블라시 교수는 “팬데믹 당시 많은 Z세대 청소년들이 뇌의 전두엽 발달이 진행되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며 “이 시기는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신호를 읽으며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발달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이 시기에 대면 상호작용이 줄어들면서 일부 젊은 층이 AI와의 대화를 통해 위안을 찾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AI가 제공하는 상호작용이 실제 인간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관계의 ‘지저분함’ 필요한 이유
마이클 롭 박사는 “AI는 대체로 긍정적이고 동의하는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설계돼 있어, 실제 인간관계에서 경험하는 갈등과 조율 과정을 제공하지 못한다”며 “인간관계는 본래 서툴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발전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 제대로 된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지 못했을지라도, 연습을 통해 사회적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AI 대신 가족이나 친구와 직접 대화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다. 미셀 디블라시 박사는 “감정 표현이나 관계 형성 역시 연습을 통해 향상되는 기술”이라며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일수록 AI가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부모가 자녀의 AI 사용 방식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도 있다. 자녀가 사람보다 AI와의 상호작용을 선호하는지 주의 깊게 살피고, AI의 한계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권고된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