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갈등을 일으키거나 삶을 더 힘들게 만드는 사람이 실제로 노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 인디애나대 등 공동 연구팀은 부정적인 인간관계가 생물학적 노화, 즉 세포 노화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위해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실시된 건강 설문조사에 참여한 약 2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6개월 동안 자신의 사회적 관계에 관한 질문에 답했으며, 주변 사람이 삶을 더 힘들게 했는지 등 관계에서 겪는 갈등 수준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평가했다. 연구팀은 또한 참가자들의 타액 샘플을 분석해 DNA 변화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타액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해 노화 속도를 측정하는 ‘DunedinPACE’와 ‘GrimAge2’ 생체시계 지표를 추적했다. 그 결과,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방해꾼(hassler)’이 한 명 늘어날 때마다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약 1.5%씩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정의한 방해꾼이란, 가끔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것을 넘어, 정기적으로 내 삶에 문제를 만들거나 의도치 않게 더 어렵게 만드는 사람을 말한다. 위와 같은 영향은 주변에 두 명 이상의 방해꾼이 있다고 보고한 참가자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인디애나대 브레아 페리 연구원은 “생물학적 노화 측면에서 작은 영향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누적될 수 있다”며 “이는 만성 질환의 조기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해꾼은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30%가 자신의 사회적 관계망 안에 최소 한 명 이상의 방해꾼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러한 관계는 의무감으로 묶여 있거나 같은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자발적으로 끊기 어려운 직장 동료나 가족 등 의무적 관계에서 많이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배우자가 방해꾼인 경우보다 부모나 자녀 등 다른 가족 구성원이 방해꾼일 때 노화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또 여성, 흡연자, 현재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 어린 시절 부정적 경험을 겪은 사람일수록 이러한 방해꾼을 주변에 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방해꾼과의 관계는 단순한 심리적 불편을 넘어 체내 염증 증가와 개인이 두 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동시에 앓는 ‘다중이환’ 위험과도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주저자인 뉴욕대 사회학과 이병규 교수는 “그동안 사회적 관계에 관한 연구는 주로 지지와 도움과 같은 긍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왔다”며 “이번 연구는 부정적 관계가 만성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노화 궤적을 어떻게 바꾸는지 증명했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인과관계를 직접 증명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병규 교수는 “괴롭힘을 주는 사람들이 실제로 노화를 유발하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관찰된 것은 방해꾼과 노화 속도 사이 연관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