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식단이나 강도 높은 운동보다 혈액이 계속 흐르게 하는 생활 습관이 장수의 핵심일 수 있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활동하는 혈관외과 전문의 레마 말릭 박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오래 사는 환자들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혈액이 '정체되지 않게' 생활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92세 환자를 진료하면서 장수와 혈관 건강의 관계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했다.
◇92세인데 '50대' 혈관… 핵심은 '혈관 탄력성'
말릭 박사는 최근 진료한 92세 환자의 혈관 상태에 놀랐다고 했다. 혈관 초음파 검사 결과, 혈관이 나이에 비해 매우 깨끗하고 유연해 50대 수준의 혈관 상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장수 인구를 연구할 때 사람들은 보통 식단이나 스트레스, 유전 요인을 많이 이야기한다"며 "하지만 혈관외과 의사인 나는 무엇보다 혈관 초음파 영상을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 환자의 혈관은 매우 깨끗하고 탄력이 있었는데, 일상생활을 물어보니 장수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생활 습관을 실천하고 있었다"고 했다.
말릭 박사에 따르면 건강한 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혈관 내피 탄력성'이다. 이는 혈관이 상황에 따라 부드럽게 늘어나고 다시 수축하는 능력을 말한다. 혈관 탄력이 유지되면 혈액이 몸 전체로 원활하게 흐르면서 산소와 영양소가 장기에 잘 전달된다. 동시에 동맥에 지방 찌꺼기인 플라크가 쌓이는 것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심혈관 건강을 위해 강도 높은 운동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말릭 박사는 이런 생각이 오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헬스장에서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 하루 종일 앉아서 지내는 생활은 혈관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하루 동안 몸을 조금씩 계속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혈관 건강 돕는 생활 습관 세 가지
말릭 박사는 혈액순환을 돕는 간단한 생활 습관 세 가지도 소개했다. 첫 번째는 식사 후 10분 걷기다. 저녁 식사를 한 뒤 약 30분 안에 10분 정도 가볍게 산책하면 혈액순환을 돕고 식후 혈당 상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걷는 동작이 펌프처럼 작용해 혈액을 몸 곳곳의 작은 혈관까지 보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샤워 마지막에 30초 정도 찬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말릭 박사는 "혈관도 근육처럼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한 뒤 잠깐 찬물에 노출되면 혈관이 빠르게 수축했다가 다시 확장한다. 이런 반응이 반복되면 혈관 탄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는 자세다. 저녁에 약 15분 정도 다리를 심장보다 높은 위치에 두면 다리에 모여 있던 혈액이 몸 중심으로 돌아가기 쉬워진다. 이는 다리 혈관의 압력을 줄이고 하루 동안 쌓인 노폐물 배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말릭 박사는 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혈액순환의 정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한 혈류를 유지하는 비결은 가끔 하는 강도 높은 운동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작은 움직임에 있다"며 "중요한 것은 혈관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 생활 습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