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사용하던 갱년기 호르몬 대체 요법(HRT) 젤에 간접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3세 여아에게서 성조숙증 증상이 나타났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3일 외신 데일리 미러에 따르면 영국에 거주하는 사만다 애슈워스(52)는 당시 3세였던 딸 프레이아 애쉬워스에게서 가슴 멍울과 음모 발달, 극심한 감정 기복 등의 변화를 발견했다. 사만다는 “세 살 아이가 여섯, 일곱 살 아이 옷을 입게 된 모습을 보는 것은 끔찍한 감정이었다”며 “아이가 통제할 수 없는 분노 발작을 일으키는 등 사춘기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감정 기복을 보였다”고 말했다.
프레이아는 1년간 증상이 지속된 끝에 지난해 2월 성조숙증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당시 사만다가 갱년기 증상 완화를 위해 사용한 에스트라디올 젤이 포옹 등 일상적인 신체 접촉을 통해 아이에게 전달, 조기 발병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프레이아는 6개월마다 정기 검진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과거 학술 보고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2024년 영국 웨일스 보건교육개선청 연구진이 발표한 종례 보고에 따르면, 부모가 사용하는 패치·젤·크림 등 경피 호르몬제에 우발적으로 노출된 소아에게서 사춘기 징후가 관찰됐다. 3세 여아는 어머니가 사용한 에스트라디올 젤에 노출된 뒤 유방 발달과 급격한 성장 속도를 보였으며, 혈중 에스트라디올 수치가 급상승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7세 남아가 에스트라디올 스프레이에 노출된 뒤 여성형 유방과 음모 발달 증상을 보였다. 두 사례 모두 노출을 차단한 이후 호르몬 수치가 감소했고 추가적인 사춘기 진행은 관찰되지 않았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2023년 부모가 사용하는 테스토스테론 젤에 소아가 우발적으로 노출된 사례를 접수한 뒤 제조사에 주의 문구를 포함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2009년 소아 우발 노출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영국의 닥터 폭스 온라인 약국의 데보라 리 박사는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례가 에스트로겔 때문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며 “성조숙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어 개별 사례에서 특정 제품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제품 특성 요약서에는 에스트라디올 젤 사용 시 소아에게 간접 전달될 위험이 명시돼 있다”며 “약물을 바른 뒤 최소 5분 이상 완전히 건조하고, 도포 부위를 옷으로 덮어 아이와의 직접적인 피부 접촉을 피하는 등 사용 지침을 철저히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성조숙증이란 같은 또래 아이들보다 사춘기 발달이 또래 평균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아의 경우 8세 이전에 유방 발달이 시작되는 것, 남아의 경우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성조숙증 아동은 2014년 9만6733명에서 2023년 25만1599명으로 10년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급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증가, 환경호르몬 노출, 가족력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