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비만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점검하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비만학회와 의료계, 정부 관계자들은 비만을 예방 중심에서 치료까지 포괄하는 국가 책임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비만학회과 주관한 '우리나라 비만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 반영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비만 인구는 약 34%에 달한다. 세계적으로도 비만 인구가 약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비만이 더 이상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만성질환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건강 문제라고 강조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주요 만성질환의 위험 요인이자 그 자체로 사망률을 높이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예방 중심 정책에 머물러 있으며, 이미 질병 단계에 이른 환자에 대한 치료 접근성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비만 유병률 증가는 개인 건강을 넘어 국가 의료재정과 사회적 생산성에도 부담을 초래한다. 해외 여러 국가는 비만을 독립적 질환으로 인정하고 공적 보험을 적용해 치료 접근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는 단기 비용이 아닌 장기적 의료비 절감과 합병증 예방 관점에서 설계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대한비만학회 김민선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은 "국내에서는 약물 치료 보험 미적용, 치료 전달체계 미흡, 사회적 낙인 등이 환자에게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는 의료기술이 아니라 질병 인식과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비만 관리 정책은 '예방 대 치료'의 이분법이 아니라 연속적 전략이어야 한다"며 "특히 의학적 개입 필요성이 높은 환자들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치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 이준혁 정책간사는 "지난 10년간 남아 비만은 2.5배, 여아는 1.4배 증가했다"며 "소아 비만의 약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는 만큼 조기 개입이 핵심이다"고 말했다. 또한 저소득층일수록 비만율은 높지만 치료 접근성은 가장 낮다. 현재 비만 치료제는 전액 비급여로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치료 중단 요인이다. 대한비만학회 박정환 대외협력정책이사는 "건강보험 정책은 '평등'이 아니라 '공평'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고도비만, 저소득층, 청년층 등 취약계층부터 단계적으로 급여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건강증진 목적세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담뱃세처럼 비만 유발 식품에 과세해 치료 재원을 마련하는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박 이사는 "설탕세 등은 단순한 세수 확보를 넘어 식품 산업의 당 함량 저감을 유도하는 등 구조적 변화를 통해 국민 먹거리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낙인 문제도 언급됐다.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김유현 대표는 "우리 사회에는 '충격을 주면 살을 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그러나 낙인과 비난은 동기부여가 아니라 회피와 고립을 낳는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 보도에서 부정적 이미지나 혐오 표현은 실제로 환자의 외출·운동 의지를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충격적 이미지가 아닌 존중 기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서미화 의원은 "현행 정책이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의 의료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 책임을 강화한 비만예방법을 통해 예방과 치료를 아우르는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