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발기는 충분한 혈액이 음경으로 원활하게 공급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발기 기능 저하는 혈관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많은 남성이 발기부전의 초기 증상을 스트레스나 피로, 단순한 노화 때문이라고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성기능 문제가 아니라 심장질환 등 심각한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국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온라인 약국 '더 인디펜던트 파머시'의 수석 임상 자문위원인 도널드 그랜트 박사는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발기부전은 갑자기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부분 여러 초기 경고 신호가 먼저 나타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남성들이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기부전은 드문 질환이 아니다. 대한남성과학회에 따르면 40대 이상 남성의 49.8%가 발기부전을 경험하며, 국내 발기장애 환자는 약 2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발기부전이 단순히 성생활의 불편함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발기는 충분한 혈액이 음경으로 원활하게 공급돼야 가능하다. 따라서 발기 기능 저하는 혈관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이런 연관성이 확인됐다. 미국 연구에서는 발기부전이 있는 남성이 모든 원인에 의한 조기 사망 위험이 약 70% 높게 나타났다. 네덜란드 연구에서도 발기부전 남성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최대 2.5배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전문가들이 발기 변화를 '혈관 건강의 조기 경고등'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랜트 박사는 "발기 변화는 혈관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며 남성들이 주의해야 할 초기 신호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아침 발기 감소=수면 중에는 자연스럽게 여러 차례 발기가 일어난다. 이를 의학적으로 '야간 음경 발기'라고 한다. 대부분의 남성은 밤사이 3~5회 정도 발기를 경험하며, 아침 발기는 이 과정의 마지막 단계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규칙적으로 발기가 되는 것은 건강한 혈류와 신경 기능을 의미한다. 반대로 아침 발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이러한 변화가 몇 주 이상 지속된다면 혈관 기능 저하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다만 일시적인 변화는 스트레스, 수면 부족, 음주 등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성욕 감소=에스토니아 타르투대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성욕은 20대에 증가해 40대 초반에 정점을 찍은 뒤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성욕이 크게 줄었다면 나이 탓으로 보기 어렵다. 발기 문제가 반복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불안이 커지면서 성욕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성적 관심의 변화 역시 초기 신호 중 하나다.

▶성관계 후 회복 시간 증가=나이가 들수록 성관계 후 다시 발기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전보다 회복 시간이 갑자기 크게 늘었다면 호르몬 변화나 혈류 문제 등 다른 원인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발기 강도가 약해지거나 성욕이 줄어드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초기 발기부전일 가능성이 있다.

▶발기 강도 약화·감각 저하=
발기가 되더라도 이전보다 덜 단단하거나 유지하기 어렵다면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20~60세 사이 발기 강도가 평균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저 질환이 있으면 감소 폭이 더 클 수 있다고 보고했다. 또 자극에 대한 감각이 둔해지는 현상도 혈류 감소, 흡연, 과도한 음주, 만성 스트레스 등과 관련될 수 있다.

▶발기 상태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끔 발기가 잘되지 않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점점 자주 반복된다면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 그랜트 박사는 "많은 남성들이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병원을 찾지 않는다"며 "반복되는 변화가 있다면 조기에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발기부전을 단순한 성기능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전신 건강의 지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발기 변화는 혈관 건강, 호르몬 상태, 생활 습관, 정신 건강 등 전반적인 신체 상태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 발기 감소나 성욕 저하 같은 변화가 지속된다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