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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 조절과 운동 외에도 우리가 놓치기 쉬운 요인들이 혈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설명이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혈압을 낮추기 위해 가장 먼저 권장되는 방법은 식단 조절과 운동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우리가 놓치기 쉬운 요인들이 혈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설명이 나왔다.

영국 하일리스트리트클리닉의 심장내과 전문의 올리버 세갈 박사는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고혈압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며 "수년간 아무 증상 없이 지속되다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각한 심혈관 질환으로 처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손상은 통증 없이 서서히 쌓이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세갈 박사가 식단과 운동 외에 고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꼽은 여덟 가지 요인에 대해 살펴본다.

▶만성 스트레스=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우리 몸은 계속 긴장 상태에 놓인다. 이 과정에서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올라간다. 국내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고대 구로병원 김진원 교수와 카이스트 유홍기 교수 연구팀은 만성 스트레스를 받은 쥐에서 백혈구가 혈관으로 더 많이 몰리고, 동맥경화반의 염증과 불안정성이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스트레스가 동맥경화를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면의 질·시간=수면은 몸과 뇌를 회복시키는 중요한 시간이다. 하루 여섯 시간 미만으로 자는 습관은 고혈압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산소가 반복적으로 부족해지면서 혈압을 급격히 올리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키운다.

▶카페인 민감도=커피나 에너지음료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올릴 수 있다. 특히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손이 떨리고, 불면이나 불안을 겪을 수 있다. 세갈 박사는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섭취 후 혈압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흡연·니코틴=담배 속 니코틴은 혈관을 급격히 수축시켜 혈압을 올린다. 장기적으로는 혈관 벽을 손상시키고 지방이 쌓이게 해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호르몬 변화=여성은 폐경 이후 혈압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서 혈관이 딱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 질환이나 부신 호르몬 이상도 혈압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정 약물=일부 약물은 '약물 유발성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다. 소염진통제(NSAIDs), 일부 감기약(코막힘 완화제), 경구피임약, 일부 항우울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평소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혈압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교대근무·생체리듬 교란=우리 몸은 잠을 자는 동안 혈압이 자연스럽게 내려가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야간 근무나 불규칙한 생활은 이런 생체리듬을 깨뜨린다. 여러 연구에서 교대 근무자가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고, 낮에 잘 경우 암막 커튼이나 귀마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사회적 고립·정신건강 문제=2024년 중국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 위험이 약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계가 적을수록 위험이 커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외로움과 만성 불안, 치료받지 않은 우울증은 스트레스를 높이고 생활 습관에도 영향을 미쳐 심혈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세갈 박사는 "고혈압 관리는 단순히 음식 조절과 운동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약물 점검, 정신건강 관리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고혈압 환자는 746만6596명으로 전체 인구의 14.55%를 차지했다.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또 2024년 기준 성인 19세 이상 중 16.4%는 '고혈압 전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증상이 없더라도 관리하지 않으면 수년 내 고혈압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