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추진에 반대하며 현 집행부를 중심으로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집단 휴진이나 대규모 궐기대회 등 구체적인 행동 계획은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의협은 지난달 28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전면적인 투쟁 돌입'을 골자로 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의원회는 결의문에서 "정부의 독단적인 의대 정원 증원 강행에 맞서 인내와 숙고의 시간을 가졌으나, 정부는 끝내 의료계의 합리적 목소리를 외면하고 파국을 선택했다"며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함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증원 정책을 '의료 붕괴를 초래하는 정치적 폭거'로 규정하며 "필수의료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수련 환경 악화를 방치하고 의료전달체계를 흔드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대의원회는 특히 집행부를 향해 "가장 강력한 행동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즉각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구체적인 투쟁 방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의원회 의장단은 "효율적인 투쟁 방향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단순한 궐기대회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장기적 전략과 범의료계 차원의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현 집행부를 불신하는 강경파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이날 비대위 설치 안건은 재석 대의원 125명 중 찬성 24표(19.2%)에 그쳐 부결됐다. 반대는 97표, 기권은 4표였다.
이는 집행부에 대한 신뢰보다는, 현시점에서 체제 전환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총회도 집행부의 대응을 질타하는 성격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의대 증원이라는 폭풍을 막지 못한 결과에 대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그는 실질적 권한을 갖춘 '의학교육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과 긍정적인 논의를 진행했으며, 보건복지부와도 3월 중 의정협의체 출범을 목표로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김택우 회장은 "새롭게 가동될 의정협의체를 통해 필수의료 및 기피 과에 대한 적정 보상 체계 마련,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책 법제화, 면허취소법 개선 등 제도적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전공의와 의대생을 위해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 단축, '더블링'으로 인한 부실 교육 방지 대책, 본과 3학년 국가시험 문제 해결, 전공의 복귀 시 수련 연속성 보장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을 관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