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입원이 임종을 의미하진 않아”
남은 시간 편안하게 살도록 돕는 과정
공공병원 비중 늘어야 국민 체감 안정성 오를 것
서울특별시 북부병원의 한 호스피스 병실. 창가와 침상 주변에는 화분과 그림들이 놓여 있다. 65세 이모씨가 원예치료 시간마다 직접 만든 작품들이다. 침상 주변에는 색연필이 놓여있었다. 그는 전립선암 말기 환자다. 삶의 끝자락에서 적극적인 치료 대신 돌봄을, 연명 대신 일상을 선택했다. 가족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선택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민간 대형병원이 아닌 공공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이 있었다.
◇결정은 했지만, 갈 곳은 부족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한 환자와 가족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존엄한 죽음’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문제 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해도 갈 곳이 부족하다. 말기암 환자가 머물 수 있는 입원형 호스피스 병상 수가 턱없이 모자라다. 상급종합병원 다수는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지 않거나 단기간 입원만 허용한다. 대다수 종합병원은 낮은 수가와 인력 부담 탓에 병상 확충에 소극적이다. 중앙호스피스센터의 ‘2024 국가호스피스‧완화의료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호스피스 병상은 1815개로 인구 100만 명당 28개에 그친다. 이로 인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린 환자들은 급성기 병실이나 요양병원, 혹은 집으로 떠밀리듯 이동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수가 낮고 일은 많은 호스피스, 공공이 맡은 이유
이러한 상황에서 호스피스 병상을 대폭 늘린 공공병원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은 지난해 호스피스 병동을 한 개에서 두 개로 늘려 총 54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가 권유했고 병원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송관영 북부병원장은 “호스피스는 수가가 낮고 인력 투입은 많은 반면, 병상 회전율과 수익성은 떨어진다”라며 “민간이 하기 어려운 영역을 공공이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병동 확대가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병원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낮은 수가에 비해 의료·간병 인력이 대거 투입돼야 하고, 업무 강도 역시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일부 의료진과 직원들 사이에서는 “병원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 병동을 확대하고 나서는 환자의 마지막 시간을 책임진다는 보람이 커졌고, 구성원들의 업무 만족도 역시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북부병원의 전체 병상 가동률은 지난달 기준 96%다. 코로나19 이후 다수 공공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50%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호스피스 병상에는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경희의료원 등 인근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전원된 암 환자들이 주를 이룬다.
◇임종 아닌 ‘삶의 질’을 돌보는 병동
서울북부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은 다른 입원형 호스피스와 마찬가지로 말기암 환자만 입원이 가능하다. 호스피스 입원이 곧 임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입원 후 통증과 증상이 조절되면 다시 집이나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씨 역시 상태가 호전돼 한 차례 퇴원했다가 다시 병동으로 돌아온 사례자다. 길민정 북부병원 사회복지사는 “호스피스 병동에 온다고 바로 임종을 맞는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완화의료는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가능한 한 편안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공공병원의 강점은 ‘간병 부담을 병원이 함께 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북부병원은 호스피스 보조 활동 인력을 운영해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아도 24시간 돌봄이 가능하다. 4대 1 비율로 배치된 간병 인력은 식사·위생·이동을 돕고, 간호사는 통증·증상 조절에 집중한다. 그 결과 환자 가족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한 달 평균 비용은 60만~80만원 수준으로, 민간 요양병원이나 개인 간병인을 이용할 때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죽음의 질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게 송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기다림과 불편함은 있을 수 있어도, 생명의 결과는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호스피스는 치료가 멈춘 자리가 아니라,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의료다. 그는 이어 “공공병원이 전체 의료 공급의 5~10% 수준에 머무르면 위기 때마다 민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병원 비중이 30%만 돼도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 안정성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평상시에는 효율이 강조되지만, 감염병 유행이나 말기 환자 돌봄처럼 수익성이 낮은 영역에서는 공공이 일정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야 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정은 했지만, 갈 곳은 부족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한 환자와 가족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존엄한 죽음’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문제 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해도 갈 곳이 부족하다. 말기암 환자가 머물 수 있는 입원형 호스피스 병상 수가 턱없이 모자라다. 상급종합병원 다수는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지 않거나 단기간 입원만 허용한다. 대다수 종합병원은 낮은 수가와 인력 부담 탓에 병상 확충에 소극적이다. 중앙호스피스센터의 ‘2024 국가호스피스‧완화의료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호스피스 병상은 1815개로 인구 100만 명당 28개에 그친다. 이로 인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린 환자들은 급성기 병실이나 요양병원, 혹은 집으로 떠밀리듯 이동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수가 낮고 일은 많은 호스피스, 공공이 맡은 이유
이러한 상황에서 호스피스 병상을 대폭 늘린 공공병원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은 지난해 호스피스 병동을 한 개에서 두 개로 늘려 총 54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가 권유했고 병원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송관영 북부병원장은 “호스피스는 수가가 낮고 인력 투입은 많은 반면, 병상 회전율과 수익성은 떨어진다”라며 “민간이 하기 어려운 영역을 공공이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병동 확대가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병원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낮은 수가에 비해 의료·간병 인력이 대거 투입돼야 하고, 업무 강도 역시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일부 의료진과 직원들 사이에서는 “병원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 병동을 확대하고 나서는 환자의 마지막 시간을 책임진다는 보람이 커졌고, 구성원들의 업무 만족도 역시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북부병원의 전체 병상 가동률은 지난달 기준 96%다. 코로나19 이후 다수 공공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50%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호스피스 병상에는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경희의료원 등 인근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전원된 암 환자들이 주를 이룬다.
◇임종 아닌 ‘삶의 질’을 돌보는 병동
서울북부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은 다른 입원형 호스피스와 마찬가지로 말기암 환자만 입원이 가능하다. 호스피스 입원이 곧 임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입원 후 통증과 증상이 조절되면 다시 집이나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씨 역시 상태가 호전돼 한 차례 퇴원했다가 다시 병동으로 돌아온 사례자다. 길민정 북부병원 사회복지사는 “호스피스 병동에 온다고 바로 임종을 맞는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완화의료는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가능한 한 편안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공공병원의 강점은 ‘간병 부담을 병원이 함께 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북부병원은 호스피스 보조 활동 인력을 운영해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아도 24시간 돌봄이 가능하다. 4대 1 비율로 배치된 간병 인력은 식사·위생·이동을 돕고, 간호사는 통증·증상 조절에 집중한다. 그 결과 환자 가족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한 달 평균 비용은 60만~80만원 수준으로, 민간 요양병원이나 개인 간병인을 이용할 때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죽음의 질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게 송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기다림과 불편함은 있을 수 있어도, 생명의 결과는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호스피스는 치료가 멈춘 자리가 아니라,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의료다. 그는 이어 “공공병원이 전체 의료 공급의 5~10% 수준에 머무르면 위기 때마다 민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병원 비중이 30%만 돼도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 안정성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평상시에는 효율이 강조되지만, 감염병 유행이나 말기 환자 돌봄처럼 수익성이 낮은 영역에서는 공공이 일정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야 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