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저녁 모임, ‘어드민 나이트(Admin Night)’가 확산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Z세대 사이에서 술자리 대신 각자의 할 일을 처리하는 ‘어드민 나이트(Admin Night)’가 새로운 저녁 모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어드민 나이트는 미처 처리하지 못한 잔업이나 이메일 답장, 공과금 납부 같은 자잘한 일을 함께 모여 각자 해결하는 모임을 뜻한다. 이 개념은 저널리스트 크리스 콜린이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서 처음 언급하며 주목받았다. 콜린은 현대인이 겪는 과도한 업무 부담이 고립감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끝없이 쌓이는 잡무가 사람들을 화면 속에 가두고, 결국 서로를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집이나 카페 등 한 공간에 모여 각자의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 트렌드는 틱톡 등 SNS를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했다. 친구들과 한자리에 모여 노트북을 펼치고 각자의 할 일을 하는 모습을 담은 인증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으며, 일부 콘텐츠는 조회수 100만 회를 넘기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학문적으로 분석한 연구도 있다. 미국 텍사스대 수사학과 클레이 스피누지 교수는 이러한 업무 수행 방식을 ‘함께 혼자 일하기(working alone together)’로 정의했다. 그는 이것이 단순한 공간 공유를 넘어 사회적 고립에 대응하는 집단적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타인의 존재가 주는 적절한 긴장감은 혼자 있을 때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을 완화하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과업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낮춘다는 것이 스피누지 교수의 설명이다.

이 현상은 뇌과학적으로도 설명된다. 국제 학술지 ‘Social Cognitive and Affective Neuroscienc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을 측정한 결과, 혼자 일할 때보다 타인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업무 수행도가 약 20% 향상됐다. 연구진은 타인의 존재가 뇌의 보상 중추인 복측 선조체를 활성화해 노력 수준을 끌어올리는 동기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익숙하고 단순한 업무에서 주로 나타났으며, 고도의 인지 능력이 필요한 복잡하고 낯선 과제에서는 오히려 과도한 각성으로 수행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어드민 나이트는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정서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공통 주제로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같은 공간에 머문다는 사실만으로 연결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소통에 익숙하지만 역설적으로 고립감을 호소하는 Z세대에게 이런 만남은 정서적 공백을 메워주는 위안이 된다.


김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