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이 한국어와 영어가 혼합된 국내 병원 전자의무기록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한·영 이중언어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작성되는 전자의무기록의 약 80%는 자유서술 형태의 비정형 문서로 구성돼 있다. 특히 한국어 문장에 영어 의학용어가 혼재된 방식으로 기록되는 경우가 많아, 단일 언어 기반 AI 모델을 적용하면 분석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영 의료 어휘 체계와 말뭉치를 구축하고, 추가 사전학습을 거친 이중언어 의료 언어모델을 개발했다. 국내 임상 환경의 특성을 반영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모델 구현에 초점을 맞췄다. 개발된 모델은 의료현장에서 수집한 흉부 CT 판독문에 적용돼 다중 질환 분류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종합정확도 0.94를 기록했다. 종합정확도는 질환 판별 정확도와 검출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통상 0.9 이상이면 임상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추진 중인 ‘비정형 의료 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연구책임자 주형준 교수)과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비정형 텍스트 의무기록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했다.


연구를 주도한 주형준 교수는 “국내 임상 현장 특성을 반영한 이중언어 의료 언어모델을 구현하고, 실제 의료데이터를 통해 성능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연구원 헬스케어인공지능연구과는 코호트 기반 멀티모달 데이터를 활용한 AI 모델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향후 연구자와 의료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의료 AI 데이터 인프라와 연구 생태계 조성도 지원할 계획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성과는 국내 의료기관에서 생성되는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를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의료데이터의 활용 가치를 높이고, 국내 인공지능 연구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술 개발이 의료정보 활용 체계 고도화와 공공보건 정책의 정밀도 향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