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비타투어의 뉴질랜드-남북섬 이지 트레킹 답사 여행기 ②

북섬 로토루아의 레드우드 숲 트레킹은 전혀 다른 감동이었다. 제주 사려니 숲길의 삼나무들도 대단하지만 이곳의 삼나무는 높이 면에서 비교가 안됐다. 꼭대기가 하늘 어디에 닿아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길은 잘 정비돼 있었고 숲의 냄새와 공기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남섬에 있을 땐 케플러 트랙이 너무 편안해서 아쉬워했는데 북섬에 오니 레드우드 숲의 편안함이 너무 친숙하고 고마웠다. 내 감정이 간사한 것일까? 드문드문 아침 조깅이나 개와 함께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 모습도 정겨웠다. 이런 자연을 일상 속에서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퀸스타운의 윤슬, 그리고 퍼거버거
퀸스타운은 역시 퀸스타운이었다. 80km 길이의 와카티푸 호수 중간에 만처럼 쑥 들어온 곳에 자리잡은 퀸즈타운 리버사이드는 아늑하고 평화롭고 약간의 북적거림이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퀸스타운 최고의 명물 퍼거버거로 달려갔다. ‘운 좋게’ 40분 만에 퍼거버거를 받아 들고 여행자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호숫가에 걸터 앉았다. 푸른 와카티푸 호수의 윤슬과 한가로와 보이는 선상 카페, 병풍을 두른듯한 퀸스타운 가든스의 침엽수 라인, 멀리 보이는 벤 로몬드산과 구름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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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섬 퀸스타운 레이크 와카티푸 선착장에 유람선이 정박한 가운데, 한낮의 짙은 푸른 하늘과 호수가 맞닿아 있다. 출처_헬스조선 DB
퀸스타운이 지구상 온갖 액티비티의 캐피털(수도)이라지만 오히려 은퇴 여행자에게 더 어울려 보였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일주일쯤 이곳에서 ‘멍 때리는’ 여유를 갖고 싶었다. 도시를 더 알고 싶어 언덕 주택가 쪽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 눈높이의 풍경도 너무 편안해 사진을 한장 찰칵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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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타운 언덕길 끝으로 레이크 와카티푸와 산자락이 펼쳐지고, 해 질 무렵의 빛이 도시와 호수에 잔잔히 내려앉았다. 출처_헬스조선 DB
입맛 따라 골라먹을 수 있는 리버사이드 식당가도 좋았고, 퀸스타운 가든스의 산책길도 좋았다. 한편 차로 20분 거리의 애로우타운도 강력 추천한다. 비타투어 손님이 방문하는 4월엔 단풍이 절정이라는데 애로우강을 따라 고즈넉한 산책을 하고 그림 같은 카페에서 차 한잔 하면 좋을 것 같다.

◇테아나우·트와이젤에서 배운 현실, 그리고 ‘원픽’ 연어
이번 답사여행은 퀸스타운, 밀포드사운드, 다시 퀸스타운, 마운트쿡, 크라이스트처처, 북섬 로토루아, 오클랜드 순으로 진행됐다. 그중 밀포드사운드를 가기 위해 테아나우에서 2박, 마운트쿡을 가기 위해 트와이젤에서 1박했다. 호수 옆에 자리잡은 테아나우는 어쩔 수 없이 거쳐가는 관문 도시 이상이었다. 호숫가에 앉아 여행 중 망중한을 즐기기 좋았고, 호숫길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도 좋을 것 같았다. 한가지 단점은 물가. 여름 성수기여서 그런지 호텔 값이 시설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쌌다. 식당이 많지 않아 좀 소문난 곳에서 먹으려면 너무 오래 기다리거나 아예 먹을 수 없었다. 트와이젤은 더 했다. 싸구려 모텔 같은 곳이 서울 5성급 호텔보다 비쌌다. 타운 중심가도 볼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오로지 마운트쿡을 가기 위한 숙소 역할 뿐인데, 희소성의 가치가 이토록 대단한지 절감했다. 그러나 좋은 점, 아니 대단한 점 한가지는 연어였다. 마운트쿡 빙하가 녹은 찬물에 양식하는 연어는 뉴질랜드 최고 명물이다. 냉동이나 훈제 연어에 길들어져 있던 입이 바로 잡은 사시미를 맛보자 그야말로 신세계가 펼쳐졌다. 이번 여행에서도 부지런히 맛집을 찾아 다녔는데 ‘원픽’을 꼽으라면 단연코 이곳의 연어 사시미다. 인터넷 검색하면 두곳의 ‘맛집’이 나오는데 이날 저녁과 다음날 점심을 모두 연어로 해결했다.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최악의 날씨가 남긴 한 줄: “뉴질랜드, 다시”
대지진으로 무너진 대성당과 신축된 리버사이드 마켓, 보타닉 가든과 헤글리 공원, 그리고 에이번강 산책을 기대했던 크라이스트처치는 최악이었다. 강한 비바람과 추위에 걷기가 힘들 정도여서 트램을 타고 도심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뉴질랜드에 꼭 다시 와야 할 이유가 비로소 생겼다.


◇유황 냄새가 피로를 씻었다, 로토루아의 밤
발밑에 용암이 펄펄 끓고 있는 유황의 도시 로토루아는 북섬의 대표 관광지. 도착하자마자 최근 개장한 와이 아리키 온천으로 직행했다. 그간 쌓인 피로를 단번에 날려버리는 유황냄새 온천과 사우나, 머드 체험, 스팀 룸 코스는 정말 행복했다. 호텔에 투숙한 뒤 마오리 민속 공연과 지열로 익힌 항이디너도 훌륭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60·70세대 캠핑송의 대명사 ‘연가’가 마오리족의 슬픈 사랑을 담은 노래(포카레카레 아나)인데 구슬픈 가락에 마음이 짠해졌다. 다음날 레드우드 숲 트레킹을 마친 뒤 곤돌라를 타고 응공고타하 산에 올라 전망 좋은 뷔페 레스토랑에서 그 유명한 초록잎 홍합을 원 없이 먹었다. 여행 중 여러 번 초록잎 홍합을 먹었는데 이곳이 제일 맛있어 종업원 눈치가 보일 정도로 홍합만을 집중 공략했다. 1시간 거리의 타우포 호수는 편안하고 여유로왔고, 그 옆 초당 22만 리터의 물을 쏟아내는 후카 폭포는 무서웠다.

◇거대한 풍경도, 다정한 숲도… 다 놓치기 싫었다
여행이 끝났다. 남섬이 좋을까 북섬이 좋을까? 지구 지각판의 충돌로 거대한 산맥이 튀어 올랐고, 무지막지한 힘의 빙하가 산을 북북 깎고 지나가 지금의 뾰족한 대자연 남섬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불의 땅’ 북섬은 부드러운 곡선 산과 울창한 침엽수 숲을 품고 있다. 처음엔 생전 처음보는 대자연의 남섬이 당연히 좋았다. 그러나 북섬에 와 부드러운 산과 숲에 스며드니 내가 남섬의 대자연에 너무 많이 놀라고 움츠려 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압도적 힘으로 인간을 짓누르는 듯한 남섬에 있다 포근히 안아주는 북섬에 오니 그것이 더 따뜻하고 편안하다는 생각도 든다.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운트쿡의 대자연과 밀포드 사운드의 수천가닥 임시폭포를 누구나 한번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졌으면 좋겠다. 솔직한 심정이다.


임호준 헬스조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