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비타투어의 뉴질랜드-남북섬 이지 트레킹 답사 여행기 ①

밀포드 사운드엔 폭우가 내리고 있다고 한다. 관문 도시인 이곳 테아나우에도 지금 거센 바람과 함께 꽤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내일 아침 9시 30분에 밀포드 사운드에서 밀포드 트랙 끝지점(샌드플라이 포인트)으로 가는 수상택시를 타야 한다. 테아나우에서 밀포드 사운드까지는 차로 1시간 50분 거리. 그러나 AI는 이런 날씨엔 3시간 예상하라고 한다. 새벽부터 비바람 부는 산길을 털털거리는 소형차를 타고 넘어갈 생각하니 마음이 뒤숭숭했다.

◇폭우에 꺾인 로망, 다시 길을 찾은 밀포드 트랙
자칭 ‘걷기 중독자’에게 밀포드 트랙은 수십년 간직한 로망이었다. 일단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풀 패키지(숙소, 식사, 장비 등) 비용이 1인당 300~400만원으로 비싸고, 무엇보다 3박 4일간 집채만한 배낭을 매고 원웨이(one way)로 걸어야 한다. 중간에 빠져나올 길이 없다. 헬스조선 비타투어에서 몇 년 전 밀포드 트랙을 포함한 뉴질랜드 트레킹 상품을 선보여 두 팀을 모았는데 공교롭게 출발 전 폭우로 트랙이 폐쇄되는 바람에 불발에 그쳤다.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꿈이라 여겼는데 트랙 마지막 부분을 하룻동안 걷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랴부랴 ‘이지(easy) 트레킹’ 컨셉의 여행 상품을 만들고 구정 연휴를 껴서 답사여행을 떠난 참이었다. 마음은 아직 청춘이지만 3박 4일 풀 트레킹에 선뜻 도전할 수 없는 60대 70대가 어디 나 뿐일까? 잘 다듬으면 비타투어의 스테디 셀러 상품이 될 것 같았다.


◇밀포드의 아침, 영화처럼 펼쳐진 풍경과 폭포
깜깜한 새벽 20만km를 넘긴 소형 토요타는 강풍에 이리저리 흔들렸고 오르막에선 아무리 밟아도 80km 이상 속도가 나지 않았다. 차가 미끄러질까 겁이 났다. 극도로 긴장하며 산을 넘던 어느 순간 눈 앞에 영화 쥬라기공원에나 나올법한 비현실적 광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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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뒤 밀포드 사운드 계곡에 임시 폭포가 쏟아지며 비 오는 날의 압도적인 풍경 을 드러낸다. 출처_헬스조선 DB
TV로 보았던 바로 그 모습, 산 꼭대기서부터 수십, 수백가닥의 흰 물줄기가 수직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비 많이 온 날만 생기는 임시 폭포들. 밀포드 사운드는 비 오는 날 방문하는 것이 오히려 행운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완주가 아니어도, 밀포드는 충분했다
어느새 폭우는 보슬비로 변해 있었다. 길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어젯밤부터 내린 폭우로 군데 군데 물 웅덩이나 작은 개울이 앞을 가로막았다. 개울을 건널 땐 신을 벗고 맨발로 건넜다. 그래도 즐거웠다. 내가 밀포드 트랙을 걷고 있다니… 금상첨화로 조금 전 산을 넘어 올 때 멀리서 보았던 임시 폭포 수백 가닥이 지금은 바로 옆에서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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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폭우가 지나간 뉴질랜드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밀포드 트랙 인근 절벽에서 임시 폭포들이 흰 물줄기로 쏟아지고 있다. 출처_헬스조선 DB
4월 진행될 비타투어 손님들도 전날 폭우가 내렸으면 좋겠다. 3시간30분의 트레킹을 마치고 샌드플라이 포인트 간판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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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포드 트랙 종착지 ‘샌드플라이 포인트(Sandfly Point)’ 표지판 앞—3박4일간 54km를 종주한 트래커들이 기념 사진을 남기는 곳이다. 출처_헬스조선 DB
이 정도면 됐다. 3박4일 완주한 뒤 찍었더라면 더 강렬한 기억으로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테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소중한 경험이다.

◇장쾌함은 남고, 결말은 비어 있었다
좋은 트랙은 그 길을 걷는 사람에게 스토리를 선사해야 한다. 역경과 고난, 인내와 도전이 버무러져 하나의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때 ‘명 트랙’이 된다는 게 나의 ‘개똥 철학’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날 다녀온 케플러 트랙은 조금 실망이었다. 퀸스타운 공항에 걸린 케플러 트랙 사진을 보고 기대가 컸는데 내가 걸은 구간은 우리나라 휴양림 같았다. 너무 편안하고 아늑하고 단조로왔다. 파킹 장소와 일정의 제약 때문이지만 그 장쾌한 케플러 트랙을 편안한 휴양림 모습으로밖에 기억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남섬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마운트 쿡 트레킹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운트쿡의 상징과도 같은 왕복 3~4시간 후커밸리 트랙은 약 3분의 1 지점의 두 번째 다리가 끊어져 역시 중간에 돌아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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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트 쿡 후커밸리 트랙 구간이 다리 유실로 통제되며 ‘출입 금지’ 표지판이 길을 막고 있다. 출처_헬스조선 DB
그러나 장쾌한 설산과 빙하와 호수의 압도감을 만끽하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쉬운 마음에 바로 옆 타스만 빙하 트랙으로 옮겨 트레킹을 이어갔다. 지구가 생성될 때 이런 모습이었겠구나 하는 듯한 거친 산과 협곡의 파노라마는 인간의 존재를 찍어누를 듯한 압도감을 전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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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 빙하 트랙에서 내려다본 거친 협곡과 광활한 계곡 평원 너머로 남알프스 산줄기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출처_헬스조선 DB ​



임호준 헬스조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