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7400만 명, 하루 평균 20만 명 이용하는데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이 31km 떨어져 있어
해외 주요 허브공항은 6~7km 수준
“병상 규제·의료법·경제성에 가로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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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출국장/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 베트남 국적 30대 임신부 A씨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출동한 119 구급대는 인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을 찾아 약 40분을 달려 인천 시내로 이동했지만, 병원은 "산과 응급 진료가 어렵다"며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 이후 구급대는 응급 분만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다시 이동했지만 끝내 적절한 병원을 찾지 못했고, A씨는 신고 접수 2시간 13분 만에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인천국제공항은 하루 평균 2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국가 핵심 기반 시설이다. 하지만 공항 반경 30km 이내에는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할 종합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 '사고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수차례 반복된 구조적 공백이다.


◇연간 7400만 명 이용 공항, 30km 이내 응급수술 병원 '0'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 이용객은 7407만1475명으로, 하루 평균 20만 명 이상이 공항을 이용했다. 그러나 공항이 위치한 영종도 일대에는 중증 외상, 심근경색, 뇌졸중, 응급 분만 등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 대응할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 없다. 영종도에서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인천대교(18.5km)나 영종대교(4.4km)를 건너 인천 내륙으로 이동해야 한다. 환자들은 인하대병원(31km), 국제성모병원(31km), 길병원(38km) 등으로 이송된다. 교통 상황에 따라 이송에만 40분에서 1시간 이상 소요된다. 영종도 거주민 약 13만 명 역시 동일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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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은 각 31km 떨어진 곳에 있는 인하대병원과 국제성모병원이다./그래픽=최우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이 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인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인천공항과 인근 운서동 일대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이송 건수는 6127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생명이 위급한 중증 환자(KTAS 1·2등급)는 949명으로 전체의 15.4%를 차지했다.

의료계가 권고하는 골든타임은 중증 외상 1시간, 심근경색 2시간, 뇌졸중 3시간이다. 그러나 인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까지 이동하는 데만 최소 40~60분이 소요된다.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박준석 과장은 "중증 외상의 경우 치료 시작이 1시간을 넘기면 10분 지연될 때마다 사망 위험이 약 4%씩 증가한다"며 "이송에 1시간 이상 걸릴 경우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이 2~3배 이상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 외상이나 심·뇌혈관 질환의 경우 사고 발생 후 30분 이내 초기 처치가 가능한 의료기관에 도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현재 인천공항의 이송 구조는 의료적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해외 주요 공항은 6~7km… 인천은 31km
해외 주요 허브공항과 비교하면 인천공항의 의료 인프라는 더욱 뚜렷하게 대비된다. 일본 나리타공항은 6.1km, 영국 히드로공항은 6.5km,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7.3km 이내에 응급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위치해 있다. 도쿄 하네다공항 인근에는 종합병원이 11곳, 창이공항 8곳, 카타르 하마드공항 7곳, 독일 뮌헨공항 5곳, 홍콩공항 4곳이 배치돼 있다. 인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은 각 31km 떨어진 곳에 있는 인하대병원과 국제성모병원이다.


하네다·창이·히드로공항은 공항 내부에 24시간 운영되는 의료시설과 응급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상급 병원으로 즉시 이송 가능한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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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리타공항의 경우, 6.1km 떨어진 곳에 응급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있다./그래픽=최우연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에 인하대병원이 운영하는 공항 의료 센터가 있지만, 의사 7명을 포함한 총 28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시설이다. 기본적인 진료와 처치는 가능하지만, 수술실·중환자실·격리병상은 없어 중증 환자 치료나 응급수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준석 과장은 "현재 공항 의료 센터는 경증질환 중심의 진료 구조로, 상급 응급의료기관 수준의 대응은 어렵다"며 "외상과 급성기 질환 환자의 초기 처치와 신속한 이송을 위한 시설·인력 모두 부족하다"고 말했다.

◇법적 제약·병상 규제·경제성… 해법 막는 '3중 장벽'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의료법 제33조를 근거로 "공사 차원의 의료시설 확충은 법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한 공공기관은 준정부기관으로 제한되며,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정부가 병상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 개설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복지부가 내놓은 2027년 병상 수급 분석 결과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지역을 포함하는 인천 중부권은 공급 제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신규 병원 설립이나 병상 증설이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올해 7월 영종구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병상 규제의 재조정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여기에 송도 세브란스병원, 청라 아산병원 등 인천 내 대형 병원 건립이 잇따라 확정되면서, 영종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제성 문제도 크다. 2020년 인천시 연구용역에 따르면, 308병상 규모 종합병원 건립에는 2316억 원, 감염병 전문병원까지 포함하면 3000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 의료계는 종합병원 안정 운영을 위해 최소 20만 명 이상의 배후 인구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현재 영종도 인구는 약 13만 명 수준이다.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은 "병원만 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술과 사후 관리가 가능한 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해야 한다"며 "이는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드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닥터헬기 활용 확대, 협약 병원의 상시 대기 의료진 운영, 이송 체계 고도화 등 현실적인 대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 개정 추진… "공항 의료는 국가 책임"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준영 의원은 최근 의료법과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천공항공사를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한 공공기관에 포함하고, 공사의 업무 범위에 응급의료·감염병 대응을 위한 의료기관 설립·운영 근거를 명시하는 내용이다. 배 의원은 "매년 2000명에 가까운 응급환자가 공항 밖으로 이송되는 현실에서, 공항권 종합병원 설치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라며 "공항 의료 인프라는 수익 논리가 아닌 공공 안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추진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