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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인공와우는 잔존 청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부족한 고주파 영역만 인공와우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신생아 1000명 중 한두 명은 선천성 난청을 가지고 태어난다. 출생 직후부터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면 언어 발달과 학습이 느려지고 사회성 형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조기 진단과 인공와우 기술의 발전으로 치료 선택지가 넓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부모들이 인공와우 수술 범위를 두고 고민한다.

특히 한쪽 귀에는 이미 인공와우를 착용했지만, 반대쪽 귀에 일부 잔존청력이 살아있는 경우에는 선택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때 ‘하이브리드 인공와우’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잔존 청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부족한 고주파 영역만 인공와우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해 소리를 전기 신호로 전달한다. 고심도 난청 환자에게 효과적이지만, 수술 과정에서 남아 있던 자연 청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 인공와우는 저음역대 청력이 일부 남아 있는 경우에 효과적이다. 저주파 영역은 보청기처럼 자연 소리를 활용하고, 고주파 영역만 전기 자극으로 보완한다. ‘자연 청력’과 ‘인공 자극’의 장점을 동시에 살리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면목소리의원 전영명 원장은 “선천성 난청 아이 중에서도 한쪽 귀에 인공와우를 하고 반대쪽 귀에 청력이 일부 남아 있다면, 무조건 두 번째 인공와우를 선택하기보다 하이브리드 인공와우를 먼저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청력은 아이의 언어 발달과 소리 인식에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며 “하이브리드 인공와우는 이 자산을 지키면서 청취 능력을 끌어올리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바이모달 상태(한쪽 인공와우, 한쪽 보청기)’로 성장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청기 쪽 효과가 떨어지면 두 번째 인공와우 수술을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잔존 청력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하이브리드 인공와우가 보다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전 원장은 “한쪽 인공와우를 착용한 아이 가운데 반대쪽 귀에 잔존청력이 있다면, 하이브리드 인공와우는 매우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자연 청력을 살리면 언어 인식과 청취 만족도가 크게 향상된다”고 했다. 특히 음악, 억양, 미묘한 음색 구별이 중요한 학령기 이후에 자연 청력을 살린 하이브리드 인공와우를 적용하면 학습과 정서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하이브리드 인공와우가 모든 선천성 난청 환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한쪽 또는 양쪽 귀에 저주파 영역 청력이 일정 수준 이상 남아 있는 경우 ▲보청기로 도움을 받지만 언어 이해가 제한적인 경우 ▲한쪽 인공와우 착용 후 반대쪽 인공와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나 잔존청력의 보존과 활용을 원하는 경우 ▲청력 검사와 영상 검사에서 달팽이관 구조가 기형없이 양호한 경우 등의 조건을 충족할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전 원장은 “수술 여부는 단순 청력 수치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연령, 언어 발달 상태, 가족의 양육 환경, 재활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선천성 난청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타이밍’을 꼽는다. 생후 3개월 이전에 난청의 정확한 진단과 늦어도 6개월 이전 청각 재활의 시작이 언어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인공와우수술 이후 소리 적응 훈련, 언어 치료, 정기적인 맵핑(소리 조절), 청력 변화 등의 재활치료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치료 못지 않게 보호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가정 내 대화 환경, 일상 언어 자극 등이 치료 효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전 원장은 “인공와우는 수술로 끝나는 치료가 아니라 수년간 이어지는 재활과정”이라며 “전담 의료진과 재활 시스템이 갖춰진 기관에서 꾸준히 관리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