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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에릭 데인이 5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며 생전 투병 중 고백했던 루게릭병의 첫 신호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사진=미러
최근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배우 에릭 데인이 5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며 생전 투병 중 고백했던 루게릭병의 첫 신호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USA TODAY 등 외신은 에릭 데인이 인터뷰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했던 초기 증상과 질환 진행 과정에 보도했다. 그는 2023년 말 처음으로 증상을 느낀 후, 2025년 4월 피플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투병 사실을 최초 공개했다.

에릭 데인은 지난해 6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증상이 2023년 말 무렵 시작됐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오른손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시작이었다”며 “과도한 문자 메시지 사용 때문에 단순히 손이 피곤한 것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 주 뒤 증상이 악화하자 그는 손 전문의를 찾았고, 두 명의 신경과 전문의를 거친 끝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아내 레베카 게이하트 역시 외신 ‘더 컷(The Cut)’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편이 갑자기 젓가락질을 어려워하고 음식을 자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다른 질환으로 진단받았지만, 뭔가 더 심각한 문제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에릭 데인이 자신의 병세를 실감한 것은 확진 몇 달 뒤였다. 과거 수영, 수구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13세 딸과 바다에 뛰어들었으나, 그 직후 자신에게 더 이상 수영을 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딸에게 이끌려 배로 돌아갔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루게릭병은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이다. 루게릭병이란 이름은 이 질환을 앓았던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 루 게릭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ALS는 대뇌, 뇌간, 척수에 분포한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는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이 손상되며 점차 근력이 약해지고 근육이 위축된다. 증상 진행이 빨라 평균 생존 기간이 4~5년 이내로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환자 중 10~20%는 10년 이상 생존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완치 치료법은 없으며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통해 증상 진행 속도를 늦추고 합병증을 관리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실제 에릭 데인의 사례처럼 ALS의 초기 증상은 비교적 미미하게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초기에는 팔다리의 근육 약화나 경직, 미세한 근육 떨림이 나타날 수 있다. 글씨를 쓰기 어렵거나 물건을 평소보다 자주 떨어뜨리는 등 일상적인 동작에서 어색함이 먼저 감지되기도 한다. 질환이 진행되면 발음이 어눌해지고, 식사 중 사레가 자주 들리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 갈비뼈 사이 근육과 횡격막이 약해지면 밤에 자주 깨거나 숨이 차는 증상이 동반된다.

ALS의 발병 원인과 예방법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과 함께 산화 스트레스, 면역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40세 이후에서 더 흔히 발생하며, 남성에게서 다소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일부는 가족력을 보이기도 한다.

ALS는 조기 진단 시 치료를 통해 증상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만큼, 사소해 보이는 초기 증상이라도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 모를 근력 저하나 근육 떨림, 발음 변화 등이 나타난다면 단순 피로나 노화로 넘기지 말고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