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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명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세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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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세현 교수가 조현병 치료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조현병’은 유독 절망적이고 두려운 병으로 인식된다. 망상과 환각, 환청 등 증상으로 인해 일상에 어려움을 겪고, 때로는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조현병을 둘러싼 오해도 적지 않다. 조현병은 뇌 신경전달회로의 기능 이상으로 생각·언어·감정·행동에 변화가 나타나는 정신질환으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조현병에 대한 오해와 치료의 실제에 대해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세현 교수에게 물었다.

-국내 조현병 유병률에 변화가 있나.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은 0.8~1.1%로 국가 간 차이는 크지 않다. 국내 환자는 약 40만~50만 명으로 추정되며, 2021년 건강보험공단 기준 진단 환자는 약 30만 명이다. 미진단 환자를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환자 수가 2010년 약 20만 명에서 10여 년 만에 30만 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매년 신규 진단은 약 2만 명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수명 연장에 따른 누적 효과로 전체 환자가 증가한 것이다. 현재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50세 이상으로, 더 이상 ‘젊은 층의 병’으로만 볼 수 없다."

-여전히 조현병을 절망이나 범죄와 연결하는 시선이 있다.
"진단은 당사자와 가족에게 충격일 수 있지만, 곧 절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꾸준히 치료하면 의미 있는 회복을 이루는 환자가 많다. 2011년 병명이 ‘정신분열병’에서 ‘조현병’으로 바뀐 것도 낙인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일부 사건이 크게 보도되면서 범죄와 연결 짓는 인식이 남아 있다. 통계적으로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은 일반 인구보다 낮으며 질환 자체가 범죄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치료를 받으면 위험성은 더욱 낮아진다. 조현병은 절망의 병이 아닌, 뇌의 조절 체계에 문제가 생긴 의학적 질환이다. 조기 발견과 치료, 낙인 없는 사회적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단과 치료 환경은 어떻게 달라졌나.
"약물 선택지가 확대되고 치료 전략도 발전했다. 현재는 2000년대 이후 개발된 2세대 항정신병 약물이 주로 사용되며, 과거보다 부작용이 상당히 개선됐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도 도입돼 한 번 투여로 1~6개월간 효과가 유지된다. 치료제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환자 상태에 맞춘 치료가 가능해졌다.

치료는 약물을 기본으로 심리·재활적 개입을 병행한다. 외래에서는 일상 기능과 복학·취업·가족 관계 등을 점검하고, 왜곡된 사고나 환청에는 인지행동치료를 적용한다.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경우에는 환청과 ‘거리를 두는 법’을 익혀 증상과 별개로 삶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의욕 저하·우울에는 행동 활성화 프로그램을, 체중 증가나 대사 이상에는 운동을 병행한다."

-병원에 가봐야 하는 초기 신호가 있다면.
"환청과 망상이 대표 증상이지만, 초기에는 훨씬 미묘한 변화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지각과 해석의 왜곡’이다. 주변 자극에 과민해지고, 무관한 일을 자신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관계 사고’가 나타난다. 친구들의 대화, 타인의 시선, 일상적 상황도 자신을 향한 부정적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단순 예민함과 달리, 학교·직장 생활이 어려워지고 외출을 꺼리는 등 대인 회피가 반복된다면 전문 진료를 고려해야 한다."

-스스로 병을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치료로 어떻게 이어지나.
"자발적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설명하기 힘든 불편감과 고통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내가 아픈 것이구나”라고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며 안정을 얻기도 한다. 다만 현실 검증력이 떨어지고 환청·망상이 심해지면 치료 필요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때는 의료진과 가족이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안전 문제가 우려될 때는 비자의 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 등)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는 처벌이나 격리가 아니라, 보호와 치료를 위한 조치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입원 절차가 강화됐는데, 영향이 있나.
"법 개정은 부당한 장기 입원과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취지로, 전문의 진단과 보호의무자 2인 동의, 외부 전문의 추가 심사 등 절차가 한층 엄격해졌다. 인권 보호 측면에서는 분명한 진전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치료가 시급한 환자를 제때 입원시키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 보호의무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입원이 지연되거나, 증상이 심각해도 즉각적인 조치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 부담이 가족에게 돌아가기도 한다. 인권 보호의 원칙을 지키되, 치료 필요성이 명확한 상황에서는 전문가 판단을 보다 신속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환자 중 약물 치료를 거부하는 비율이 1.7%라는 조사가 있다.
"현장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본다. 병원을 찾지 않아 진단조차 받지 못한 환자도 있고, 전체의 10% 이상은 치료 체계 밖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2021년 기준 약 30만 명이 진단받았지만, 이 중 약 20%는 1년간 약 처방 기록이 없다. 증상이 호전되면 임의로 중단했다가 재발하는 경우도 흔하다.


약물 거부의 이유는 졸림·무거움 등 부작용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병식’이다. 악화될수록 스스로 병을 인정하지 못해 “나는 아프지 않다”며 치료를 거부한다. 약을 끊는 경우는 증상이 좋아졌다고 판단해 중단하는 경우와, 악화됐지만 병식이 없어 거부하는 경우로 나뉜다. 병식 소실 자체가 질환의 한 증상이다."

-조현병은 완치가 가능한가.
"고혈압·당뇨처럼 꾸준히 관리해 일상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 목표다. 투약을 유지하며 증상을 안정시키고 발병 전과 유사한 기능을 회복하면 완치에 준하는 상태로 볼 수 있다. 치료는 전구기·급성기·안정기 등 단계별로 이뤄진다. 전구기에 조기 개입하면 장기적인 악화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안정기에 재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간 치료받은 환자 중에는 10년, 15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 안정되고 기능이 향상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치료 기간과 완치율을 수치로 단정하기보다, 각자의 속도에 맞춰 기능을 끌어올리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진료에서 환자의 사회적 회복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있는가.
"단정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처음에는 위중해 보였지만 크게 호전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가벼워 보였으나 장기화되는 사례도 있다. 급성 발병, 여성, 조기 치료 등이 예후가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확률적 경향일 뿐이다. 모든 환자에게 회복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개별 경과는 예측할 수 없어 “누가 더 좋다, 나쁘다”라고 속단하지 않는다. 일정 기간 꾸준히 치료한 뒤 경과를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 접근이다."

-조현병 환자의 사회생활, 결혼과 임신·출산은 어떻게 보는가.
"증상이 안정된 상태에서는 직업을 갖는 등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안정기에는 결혼하는 분들도 드물지 않다. 실제로 치료를 유지하며 임신·출산을 경험한 사례도 많아 불가능하지 않다. 다만 임신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2세대 항정신병 약물은 기형 유발 위험성 등급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임신 전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야 하며, 상태가 안정적이면 용량 조절이나 일시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악화 위험이 크면 무리하게 중단하지 않는다. 환자·가족·의료진의 사전 계획이 중요하다." 

-보호자는 어떤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가.
"안정기에는 ‘좋은 관찰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곁을 지키되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 태도다. 약 복용을 거르거나 행동 변화가 보이면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급성 악화 시에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응급실 방문, 경찰 협조 등 가능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전문의와 적극적으로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호자 역시 트라우마로 불안·우울을 겪을 수 있어 필요하면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족이 안정돼야 치료도 지속된다."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할 점이 있다면.
"병식이 없는 환자에 대한 입원 제도 개선과 국가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급성기 병상을 충분히 확보해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며, 방치되거나 교정시설로 가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고령 조현병 환자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도 시급하다. 50세 이상 환자가 늘고 있지만, 치매 환자처럼 이용할 수 있는 주간보호시설이나 돌봄 체계는 부족하다. 장기 입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환자와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
"조현병은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주변에 비교적 흔하며, 치료를 이어가며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도 많다. 위기가 전부는 아니다. 긴 호흡으로 치료를 지속하면 회복의 길로 돌아올 수 있다.

김세현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조현병과 정신증 등 중증 정신질환을 진료하고 있다. 대한조현병학회 학술이사로 연구와 진료 지침 개발에 참여하며, 조현병 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20년 이상 임상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환자와 가족 사이에서 신뢰받는 의사로 꼽힌다. 앞으로도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를 통해 환자의 회복과 일상 복귀를 돕는 진료에 힘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