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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감당 가능한 수준의 어려움과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이 오히려 변화에 더 잘 적응해 안정적인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프지 않은 삶이 항상 더 강한 삶일까. 전문가들은 감당 가능한 수준의 어려움과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이 오히려 변화에 더 잘 적응해 안정적인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큰 질병을 겪거나 반복적으로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 가운데는 고통을 삶에서 완전히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하는 경우도 보고된다. 암과 같은 질병은 단순히 신체적 고통을 넘어 삶을 해석하는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국제 학술지에 최근 게재된 연구에서도 회복탄력성이 높은 환자일수록 불안과 피로 수준이 낮고, 상황에 맞는 적응 전략을 더 잘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여기서 적응이란 삶의 변화 속에서도 심리적 안정과 신체적 기능,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회복탄력성은 이 상태에 도달하도록 돕는 능력을 일컫는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고통 자체가 아니라 고통에 대응하는 방식의 변화다. 캐나다 코카엘리대 바이락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암 환자의 회복탄력성 형성에는 ▲치료 과정에 대한 이해 ▲사회적 지지 ▲미래 계획의 재설정 ▲부정적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 변화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즉 병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스스로 조절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일상적인 건강 경험에서도 발견된다. 겨울만 되면 속이 더부룩해지는 사람이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무릎이 쑤시는 사람들은 병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좌절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대처 방식을 찾게 된다.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언제 쉬어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서 아주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삶의 리듬을 유지하는 방식을 배운다. 이는 아픔을 잘 참는 능력이라기보다, 아픔이 있어도 일상을 다시 유지할 수 있는 ‘기능적 안정’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버드대 공중보건학과 제닝스 박사 연구팀은 심각한 질병이나 건강 문제, 가까운 사람의 사망과 같은 스트레스 경험과 적응 상태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한 집단에서 더 높은 적응 수준이 나타난 경우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반복된 어려움 경험이 대처 전략이나 자기 관리 행동의 형성과 관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아라 기자 | 오지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