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스 게이트’ 가능성 묻자… 전문가들, “현실성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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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점프 선수들이 공기역학적 이점을 얻기 위해 음경 확대 주사를 맞았다는 ‘페니스 게이트’ 의혹이 제기됐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로이터
올림픽 기간 일부 스키점프 선수들이 공기역학적 이점을 얻기 위해 음경 확대 주사를 맞았다는 ‘페니스 게이트’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월 독일 매체 '빌트'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일부 남자 선수들이 인위적으로 히알루론산을 주입, 음경을 확대해 더 큰 경기복을 착용하려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스키점프 선수들은 시즌 시작 전 첨단 3D 스캐너로 신체 지수를 측정해 유니폼을 제작한다. 이때 음경의 가장 낮은 지점에서부터 보폭 길이를 측정하는 만큼 음경을 확대한 상태에서 치수를 측정하면 더 넓은 표면적을 가진 경기복을 착용할 수 있고, 항력은 줄고 양력은 증가해 더 긴 체공시간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과학 저널 ‘프런티어스’는 경기복이 기준보다 1㎝만 커져도 점프 거리가 약 2.8m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선수들이 공기역학적 성능을 높이기 위해 음경에 히알루론산을 주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런 논란에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 홍보이사 브루노 사시는 “어떤 선수, 팀에게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히알루론산 주사를 사용했다는 징후는 물론 증거조차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수들 또한 자극적인 보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노르웨이 스키점프 대표팀의 안나 오딘 스트룀은 BBC를 통해 “이 정도의 단어가 헤드라인에 들어가 줘야 사람들이 우리 종목에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같은 대표팀의 요한 안드레 포르팡 역시 “모든 관심은 감사한 일이지만, 성기보다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달라”고 했다.


히알루론산은 우리 몸의 피부, 관절 등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성분으로 생체 적합성과 수분 보유력이 뛰어나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사용된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 주사로 사용되며, 피부과·성형외과에서는 볼륨이 필요한 부위에 필러로 사용되기도 한다. 비뇨의학과에서는 음경 왜소증, 또는 왜소 콤플렉스를 겪는 환자를 위한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널리 사용된다.

대구코넬비뇨의학과 이영진 원장은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절개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필러 시술이 비뇨기과적 확대술의 대세”라며 “특히 식약처에서 음경 둘레 확대 적응증을 공식 획득한 '3세대 히알루론산 필러'가 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과거의 절개 수술과 달리 일상으로의 복귀가 빠른, 이른바 ‘런치타임 시술’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높은 선호도의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과도한 확대 시술을 했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로이터통신은 의료 전문가를 인용해 “히알루론산 주입만으로 사타구니 크기를 비정상적으로 크게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오히려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영진 원장 역시 “경기복 자체에 영향을 줄 만큼 성기 크기를 키우는 것은 의학적으로 쉽지 않다”며 “신체 변화에 민감한 선수들이 통증, 조직 괴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한 시술을 받을 이유가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필러 시술은 체내에 물질을 주입하는 만큼 부작용 가능성도 존재한다. 통증과 부종, 멍, 변색, 이물감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호전된다. 다만 과도한 양을 주입할 경우 혈관이 막혀 혈액 순환 장애나 조직 괴사로 이어질 수 있고, 감염·염증, 지연성 과민반응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이영진 원장은 “결국 문제는 히알루론산 자체보다 ‘적정량’”이라며 “현대 의학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극단적인 주입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지만, 전문의 지도 아래 적정 수준으로 시술한다면 심각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