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십자인대 완전 파열 진단을 받고도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던 ‘스키 여제’ 린지 본의 마지막 도전은 출발 13초 만에 넘어지며 끝났다. 헬기로 긴급 이송되는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에 대해 건국대병원 이동원 스포츠수술·통증클리닉장(정형외과)은 “이번 사례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라며 “전방십자인대 파열 이후 비수술적 복귀가 가능한지는 결심으로 정해지지 않고, 그 무릎이 실제로 기능적으로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고 전했다.
◇‘완전 파열’이 곧 수술은 아냐
전방십자인대는 허벅지 뼈(대퇴골)와 정강이 뼈(경골)를 연결하며, 무릎이 앞뒤로 어긋나지 않도록 잡아주는 핵심 안정 구조물이다. 이 인대가 끊어지면 부상 직후 극심한 통증과 부종이 나타나지만, 2~3주만 지나면 통증과 부기가 상당 부분 가라앉는다. 이때 많은 환자들이 자연 치유가 됐다고 여기곤 한다.
통증이 사라진 것은 급성 염증 반응이 가라앉은 것뿐일 가능성이 높다. 무릎의 구조적 불안정성은 그대로 남아 있다. 평소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주변 근육이 임시로 무릎을 잡아주기 때문에 멀쩡한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동원 교수는 “하지만 갑자기 방향을 틀거나, 점프 후 착지하거나, 누군가와 부딪히는 순간, 안전벨트 없는 무릎은 속수무책으로 뒤틀리며 반월 연골판 파열, 관절연골 손상, 조기 퇴행성관절염이라는 2차 재앙으로 이어진다”라며 “린지 본의 비극이 바로 이 시나리오의 극단적 사례”라고 말했다.
다만 MRI(자기공명영상)에서 ‘완전 파열’로 보인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곧바로 수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MRI는 구조를 보여주지만, 실제 움직임 속에서 무릎이 얼마나 안정적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이동원 교수는 “진료실에서는 영상보다 먼저 무릎 동요, 관절 부종, 근력 회복 정도, 관절 가동 범위, 단일 다리 점프와 착지 동작, 신경근 제어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전방십자인대 파열 후 복귀 위해선
의학적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전방십자인대가 없어도 일상생활은 물론 고강도 스포츠까지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스포츠의학에서는 ‘코퍼(Coper, 적응자)’라고 부른다. 반대로, 무릎이 자꾸 무너지는 느낌이 들거나 이전 활동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은 ‘논 코퍼(Non-Coper)’라 한다. 논 코퍼에게는 조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이동원 교수는 “코퍼는 결과가 아니라 조건”이라며 “충분한 근력 회복, 신경근 조절 훈련, 객관적 기능 검사를 모두 통과한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6m 한 발 뜀뛰기, 일상생활 기능 점수(KOS-ADLS), 무릎 자신감 지수, 무릎 어긋남 횟수 등 네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코퍼로 분류된다”고 전했다.
린지 본은 이미 여러 차례 무릎 손상과 인대 재건술을 경험한 무릎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는 무릎 주변 근육과 신경계의 보상 능력이 상당 부분 소진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기에 알파인 스키라는 종목 특성이 더해진다. 고속 상태에서 단일 다리에 체중이 실리고, 깊지 않은 무릎 굴곡에서 회전 모멘트와 전방 전단력이 동시에 발생한다. 이는 전방십자인대에 가장 가혹한 생체역학적 조건이다.
이동원 교수는 “보호대는 심리적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런 순간적인 회전력과 전단력을 인대 대신 막아주지는 못한다”며 “또한, 신경과 근육의 연결 고리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복귀는 안전벨트 없이 고속 주행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통증 없다고 복귀하면 재부상”
스포츠 복귀는 ‘느낌’이 아니라 ‘수치’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초기에는 논 코퍼였던 환자들도 기능 회복 프로그램을 거치면 상당수가 기능적 코퍼로 전환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라는 주관적 판단은 재부상의 지름길이다.
스포츠 복귀를 결정하기 전에, 다음의 객관적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대퇴사두근·햄스트링 근력: 건강한 다리 대비 90% 이상 회복 ▲한 발 점프 테스트(4종): 양쪽 대비 90% 이상, 적절한 움직임(무릎 안쪽 꺾임 없이 착지) ▲국제무릎기능평가설문지(IKDC) 주관적 무릎 평가: 93점 이상 ▲ 심리적 준비도: 무릎에 대한 불안·두려움 없이 전력 동작이 가능한 심리 상태 ▲ 무릎 무너짐(Giving Way): 0회
이동원 교수는 “전방십자인대 파열 후 통증이 가라앉으면 다 나은 것 같다는 착각이 온다”라며 “하지만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MRI가 아니라 기능적 안정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완전 파열’이 곧 수술은 아냐
전방십자인대는 허벅지 뼈(대퇴골)와 정강이 뼈(경골)를 연결하며, 무릎이 앞뒤로 어긋나지 않도록 잡아주는 핵심 안정 구조물이다. 이 인대가 끊어지면 부상 직후 극심한 통증과 부종이 나타나지만, 2~3주만 지나면 통증과 부기가 상당 부분 가라앉는다. 이때 많은 환자들이 자연 치유가 됐다고 여기곤 한다.
통증이 사라진 것은 급성 염증 반응이 가라앉은 것뿐일 가능성이 높다. 무릎의 구조적 불안정성은 그대로 남아 있다. 평소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주변 근육이 임시로 무릎을 잡아주기 때문에 멀쩡한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동원 교수는 “하지만 갑자기 방향을 틀거나, 점프 후 착지하거나, 누군가와 부딪히는 순간, 안전벨트 없는 무릎은 속수무책으로 뒤틀리며 반월 연골판 파열, 관절연골 손상, 조기 퇴행성관절염이라는 2차 재앙으로 이어진다”라며 “린지 본의 비극이 바로 이 시나리오의 극단적 사례”라고 말했다.
다만 MRI(자기공명영상)에서 ‘완전 파열’로 보인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곧바로 수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MRI는 구조를 보여주지만, 실제 움직임 속에서 무릎이 얼마나 안정적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이동원 교수는 “진료실에서는 영상보다 먼저 무릎 동요, 관절 부종, 근력 회복 정도, 관절 가동 범위, 단일 다리 점프와 착지 동작, 신경근 제어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전방십자인대 파열 후 복귀 위해선
의학적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전방십자인대가 없어도 일상생활은 물론 고강도 스포츠까지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스포츠의학에서는 ‘코퍼(Coper, 적응자)’라고 부른다. 반대로, 무릎이 자꾸 무너지는 느낌이 들거나 이전 활동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은 ‘논 코퍼(Non-Coper)’라 한다. 논 코퍼에게는 조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이동원 교수는 “코퍼는 결과가 아니라 조건”이라며 “충분한 근력 회복, 신경근 조절 훈련, 객관적 기능 검사를 모두 통과한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6m 한 발 뜀뛰기, 일상생활 기능 점수(KOS-ADLS), 무릎 자신감 지수, 무릎 어긋남 횟수 등 네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코퍼로 분류된다”고 전했다.
린지 본은 이미 여러 차례 무릎 손상과 인대 재건술을 경험한 무릎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는 무릎 주변 근육과 신경계의 보상 능력이 상당 부분 소진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기에 알파인 스키라는 종목 특성이 더해진다. 고속 상태에서 단일 다리에 체중이 실리고, 깊지 않은 무릎 굴곡에서 회전 모멘트와 전방 전단력이 동시에 발생한다. 이는 전방십자인대에 가장 가혹한 생체역학적 조건이다.
이동원 교수는 “보호대는 심리적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런 순간적인 회전력과 전단력을 인대 대신 막아주지는 못한다”며 “또한, 신경과 근육의 연결 고리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복귀는 안전벨트 없이 고속 주행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통증 없다고 복귀하면 재부상”
스포츠 복귀는 ‘느낌’이 아니라 ‘수치’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초기에는 논 코퍼였던 환자들도 기능 회복 프로그램을 거치면 상당수가 기능적 코퍼로 전환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라는 주관적 판단은 재부상의 지름길이다.
스포츠 복귀를 결정하기 전에, 다음의 객관적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대퇴사두근·햄스트링 근력: 건강한 다리 대비 90% 이상 회복 ▲한 발 점프 테스트(4종): 양쪽 대비 90% 이상, 적절한 움직임(무릎 안쪽 꺾임 없이 착지) ▲국제무릎기능평가설문지(IKDC) 주관적 무릎 평가: 93점 이상 ▲ 심리적 준비도: 무릎에 대한 불안·두려움 없이 전력 동작이 가능한 심리 상태 ▲ 무릎 무너짐(Giving Way): 0회
이동원 교수는 “전방십자인대 파열 후 통증이 가라앉으면 다 나은 것 같다는 착각이 온다”라며 “하지만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MRI가 아니라 기능적 안정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