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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신약 임상 연구를 위해 중국으로 향하는 제약사들이 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임상 속도뿐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다른 나라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임상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국 임상과 별개로 미국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0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최근 미국 의학전문지 바이오스페이스는 맥킨지보고서를 인용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임상시험을 점점 해외로 확대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은 현재 가장 활발한 임상 연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임상 연구 점유율은 2023년 기준 39%로, 환자 모집과 개발 속도 면에서 미국과 유럽을 앞섰다.

일례로,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내 R&D(연구·개발) 조직을 강화하고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150억달러(한화 약 21조89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세포치료제와 방사성리간드 연구를 포함해, 신약 설계, 임상 개발, 생산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기업들이 임상 연구를 위해 중국을 선택하는 이유는 ‘속도’에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초기 신약 발굴부터 임상시험 신청(IND) 단계까지 소요 시간을 50~70% 단축했다. 여기에는 병행적 개발 프로세스와 촘촘한 CRO(위탁연구) 생태계, 그리고 이를 실행하는 문화가 뒷받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제약사 BMS 로버트 플렝지 연구책임자는 “중국에서 더 많은 프로그램을 테스트해 임상적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에서 빠르게 임상을 진행했다고 해서 FDA 허가 관문까지 손쉽게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FDA 규정상 신약 승인을 위해서는 최소 20%의 임상시험을 미국에서 수행하고, 미국 데이터 또한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실제 일부 기업들이 중국에서 임상을 마쳤으나, 미국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FDA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일라이릴리와 이노벤트의 PD-1 억제제 ‘신틸리맙’의 경우, 2022년 3월 중국 단일 국가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승인을 신청했지만 미국 환자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FDA가 승인을 거부했다. 로슈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 ‘컬럼비’ 또한 지난해 7월 FDA에 기존 가속 승인 적응증 확대를 신청했으나, 미국 임상 참여가 부족해 거절당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이 같은 사례는 중국 임상이 속도와 규모 측면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했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게는 여전히 FDA 규제라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생물보안법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존재한다”며 “기업들은 이를 고려해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FDA 승인을 위해서는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임상을 진행했다고 해도, 미국 환자를 포함한 임상 전략이 필요하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 임상이 개발 속도를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FDA 규제와의 연결 여부를 고려하지 않으면 상업화 단계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중국 외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임상시험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의 경우 항체-약물 접합제(ADC)와 세포·유전자 치료제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 연계 R&D 센터와 CRO를 갖추며 임상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호주는 임상 1상 연구를 진행할 시 IND 신청이 필요 없어 빠른 인체 연구가 가능하고, 정부가 세금 혜택과 연구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인도 또한 정부 정책으로 임상 참여를 장려하며, 유럽연합(EU)은 기업들이 시장 출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바이오기술법을 통해 다국적 임상시험 승인 기간을 단축하고 규제 과정을 단순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