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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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중 양과 접촉한 뒤 원인 모를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다 희귀 감염병 진단을 받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사진=BBC
해외여행 중 양과 접촉한 뒤 원인 모를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다 희귀 감염병 진단을 받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7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북부 케이스니스 지역에서 농장을 운영하던 샐리 크로우(48)는 2012년 호주 여행 중 친구들이 일하던 양털 깎기 농장을 방문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그는 마치 ‘최악의 숙취에 시달리는 듯한 상태’에 빠졌고, 하루 18시간씩 침대에 누워 지내야 할 정도로 극심한 피로와 무기력에 시달렸다.

크로우는 “병원에 여러 차례 찾았지만 의사들도 무슨 병인지 전혀 몰랐다”며 “처음에는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받았고,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라임병 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고, 그렇게 그는 약 18개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지내야 했다.

18개월간의 추적 끝에 내린 의료진이 결론은 ‘큐열(Q Fever)’이었다. 그러나 진단 이후에도 치료는 쉽지 않았다. 당시 스코틀랜드에서는 큐열에 대한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고, 크로우가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찾기까지는 4년이 더 걸렸다. 그는 “감염된 사람 중 실제로 만성 큐열로 진행되는 사람은 5%에 불과하다”며 “정말로 운이 없는 경우고, 치료하기 어려운 감염”이라고 말했다.


크로우는 스스로 해법을 찾아 나섰다. 온라인으로 정보를 검색한 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전문가를 찾아 2016년부터 치료를 시작했다. 1년간 항생제 1주 복용하고, 항말라리아제를 3주 복용으로 구성된 장기 치료였다. 치료 시작 몇 달 후 증상이 서서히 호전돼 일상을 회복한 그는 2019년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들 윌리엄을 낳았다. 현재는 농장을 계속 운영하며 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큐열은 콕시엘라 버내티(Coxiella burnetii)라는 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사람과 동물이 모두 감염될 수 있는 인수 공통 감염병이다. 양, 소, 염소와 같은 감염된 가축을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한 분진 등이 에어로졸 형태로 퍼지며, 이를 흡입해 감염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거의 전파되지 않는다.

급성 큐열은 대부분 2~3주가량의 잠복기를 지나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 마른기침 등과 같은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일부 환자에게는 구토, 설사, 복통 등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보통 1~2주 지속된다.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큐열은 급성 환자의 5% 미만에서 발생하는데, 면역 저하 환자나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위험이 크다. 심내막염이나 만성 혈관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25~60%에 이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큐열이 제3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질병관리청의 ‘국내 큐열 발생의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까지는 연간 10명 미만의 환자가 보고됐으나, 2018년 163명으로 급증한 뒤 2020년부터는 50~6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로 축산업 종사자 등 고위험군에서 발생하지만, 해외여행 중 가축 농장을 방문하거나 살균되지 않은 유제품을 섭취하는 일반인들도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