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어지럼증 명의'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구자원 교수

이미지
구자원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장/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최근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어지럼증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는 2014년 약 73만 명에서 2024년 약 98만 명으로 증가했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어지럼증은 흔한 증상이지만, 반복되거나 양상이 달라질 경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어지럼증은 '잘 낫지 않는 증상'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많지만, 실제로는 원인을 정확히 구분하면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방치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만성 어지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장 구자원 교수에게(이비인후과) 어지럼증의 유형과 치료, 주의해야 할 신호에 대해 물었다.

-어지럼증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구분하나?
"어지럼증은 하나의 병명이 아니라, 평소와 다른 균형감 이상을 느낄 때를 통칭하는 증상이다.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는 환자가 느끼는 어지럼의 '양상'이다. 실제로 환자의 설명만으로도 절반 이상은 큰 범주에서 분류할 수 있다.

임상적으로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첫 번째는 회전성 어지럼증으로, 세상이 도는 느낌과 함께 구역감·구토가 동반된다. 이는 귀 안 전정기관 이상에서 흔하다. 두 번째는 전실신 상태로, 앉았다 일어날 때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우다. 뇌 혈류 감소나 심혈관계 문제를 의심한다. 세 번째는 자세 불안형 어지럼증으로, 도는 느낌은 없지만 보행이 불안정하다. 이는 고령층에서 흔하다. 마지막은 심인성 어지러움이다. 멍하거나 붕 뜬 느낌처럼 표현이 모호하고, 불안·우울·수면 장애와 연관된다.

다만 병력만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고, 여러 양상이 겹쳐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신체검진과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또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은 환자를 크게 놀라게 해 심리적 위축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찰 시 이러한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연령대별로 흔한 어지럼증 유형이 다른가?
"어지럼증은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다. 소아에서도 반복적인 구토와 함께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소아 특유의 어지럼증을 의심해야 한다. 20~30대는 스트레스 영향으로 메니에르병이나 전정신경염이 비교적 흔하고, 여성은 심인성 어지럼증 비율이 조금 더 높다. 전체적으로 가장 흔한 원인은 이석증이다. 퇴행성 변화와 관련돼 70대 이상 고령층에서 특히 흔하다.”

-이석증은 왜 생기나?
"이석은 귀 안에서 머리 움직임을 감지하는 탄산칼슘 결정체다. 이석이 제자리를 벗어나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어지럼증이 생기는데, 이를 이석증이라고 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퇴행성 변화다. 특히 폐경 이후 여성은 에스트로겐 감소로 칼슘 대사가 변해 발생 위험이 커진다. 비타민D 부족 역시 칼슘 대사와 관련돼 이석증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재발이 잦은 환자에게 비타민D와 칼슘 보충을 권하기도 한다. 외상도 흔한 원인이다. 교통사고나 머리 외상 후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을 조사해 보면, 상당수에서 이석증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석증의 기본 치료는 이석치환술이다. 머리와 몸의 위치를 단계적으로 바꿔 이석을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 물리치료로, 5~15분 정도 소요된다. 한 번에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복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약물 치료는 어지럼증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구토나 불안 같은 증상을 완화하는 보조 수단으로, 주로 단기간 사용한다. 전체 환자 가운데 약 5~10%는 6개월 이상 치료해도 증상이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수술까지 진행하는 사례는 전체의 0.1% 미만으로 극히 드물다."

-방치하면 문제가 되나?
"잘 치료하면 낫는 병이다. 하지만 초기 어지럼이 트라우마로 남아, 병은 나았는데도 뇌가 계속 어지럽다고 인식하는 '지속성 체위 지각 어지럼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데 움직이거나 복잡한 시각 자극을 받으면 어지럽다. 붕 뜬 것 같고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 지속된다. 이는 심리적 위축과 관련이 깊어 항우울제나 인지 치료를 병행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줘야 한다. 대학병원에 오는 어지럼증 환자의 절반가량이 이 상태일 만큼 드물지 않다. 이석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이런 만성 어지럼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메니에르병은 무엇인가?
"메니에르병은 내림프액이 과도하게 증가해 발생하는 내이 질환이다. 반복적인 회전성 어지럼과 함께 청력 저하, 귀 먹먹함, 이명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중요한 기준은 증상 지속 시간이다. 메니에르병의 어지럼 발작은 반나절(12시간)을 넘지 않는다. 길어도 하루 정도다. 수일~수주간 계속 어지럽다면 다른 원인을 의심해야 한다. 과거에는 증상과 청력 검사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내림프 수종을 평가할 수 있는 MRI를 통해 내이 안의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특수 촬영 기법과 판독이 필요해 모든 병원에서 시행하지는 않는다. 우리 병원에서는 영상의학과 교수와 협업해 약 5년 전부터 이 기술을 세팅해 환자 진단에 이용하고 있다. 촬영이 오래 걸리고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공이 많이 들어 현재는 진단이 애매하거나 치료가 잘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메니에르병은 기본적으로 청력이 떨어지는 병이기 때문에, 한쪽 청력이 감소한 경우에는 반드시 MRI를 통해 청신경 종양(청신경초종) 여부를 감별해야 한다. 귀가 먹먹하다고 느끼지만 청력 검사가 정상이라면, 반드시 MRI를 찍을 필요는 없다. 반대로, 한쪽 청력이 떨어져 있다면 메니에르병 진단 이전에 종양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메니에르병을 불치병으로 보는 사람도 있던데?
"메니에르병은 '관리하는 병'이다. 열에 아홉은 생활 습관 교정과 약물로 조절된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과로, 스트레스, 수면 부족이다. 그래서 치료의 시작은 생활 습관 교정이다. 초기에는 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청력 저하가 있을 때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회복을 돕기도 한다. 필요할 경우 고막을 통해 직접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이런 치료만으로도 재발 빈도가 줄고 청력도 회복된다.

다만 약물이나 주사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고 재발이 반복될 때는, 내림프낭 감압술이나 전정 기능을 억제하는 고실 내 젠타마이신 주입술, 전정신경 절단술, 미로 절제술 같은 단계적 수술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다만 이런 경우는 소수다.

메니에르병은 재발할 수는 있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다. 스트레스·수면 등 평소 건강관리를 잘하면 재발 없이 잘 지낼 수 있다. 환자들에게는 이 병을 '감기'에 비유하곤 한다. 평소 면역 기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비타민을 챙겨 먹고 관리하더라도, 살다 보면 1년에 한두 번 감기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쉬고 치료하면 회복되듯, 메니에르병 역시 과도한 불안보다는 적절한 대처와 평소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평생 불치병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위축되는 게 정신 건강에 더 좋지 않다."

-전정신경염의 경우, 재활이 중요하다고?
"전정신경염은 한쪽 전정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병이다. 초기에는 2~3일간 심한 어지럼이 나타나고, 이후 수일에서 수 주에 걸쳐 점점 호전된다. 우리 뇌는 양쪽 귀에서 전달되는 전정 신호를 비교해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 한쪽 전정 기능이 갑자기 떨어지면, 가만히 있어도 몸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뇌는 저하된 쪽의 신호를 보정하고, 정상 쪽 신호에 적응하게 되는데, 이를 '전정 보상'이라고 한다.

이 전정 보상 과정을 빠르게 돕는 치료가 전정 재활 치료다. 머리와 눈의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훈련해 뇌가 새로운 균형 상태에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젊을수록 회복 속도가 빠르지만, 고령일수록 전정 보상이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에 전정 재활 치료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어지럼증 예방을 위해 중요한 생활 습관은?
"기본은 숙면과 스트레스 관리다. 특히 고령층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근력 유지'다.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약이나 전립선 치료제처럼 혈압을 낮추는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상태에서 근육량이 줄고 체중이 감소하면 혈압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노년기에는 잘 먹고, 유연성 운동과 근력 운동을 꾸준히 병행해 근손실을 예방하고 기초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어지럼증 예방의 핵심이다. 어지럼증은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일상생활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증상이다.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지럼증을 겪는 환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점은?
"평소와 다른 양상의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어지럼과 함께 말이 어눌해지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거나, 한쪽으로 쓰러지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중추신경계 이상을 의심해야 하므로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어지럼증은 경우에 따라 가볍게 지나갈 수도 있지만, 이를 간과하면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증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구자원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 의대 교수로,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장을 맡고 있다.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표지 논문으로 소개된 이독성 난청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난청과 어지럼을 유발하는 귀 질환인 상반고리관피열증후군과 메니에르병에 관련 연구 성과로 불곡의학상,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학술상, 대한평형의학회 이원상 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학회 활동으로는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사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평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이과학회 회장과 대한평형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올해 11월 개최되는 귀 전문가들의 국제학술대회인 'Politzer' 학회를 유치해 대회장을 맡아 성공적인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