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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가 올해의 여행 트렌드로 ’콰이어트케이션‘을 꼽았다. / 클립아트코리아
다가오는 연휴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콰이어트케이션(Quietcation)’은 어떨까? 영국 BBC가 올해의 여행 트렌드로 선정한 콰이어트케이션은 ‘조용함(Quiet)’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고요한 곳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에 중점을 두는 여행 방식이다.

우리는 다양한 소리와 함께 살아가지만, 50~60dB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KOSIS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서울 주거지역의 도로변 낮 시간대 소음도는 평균 70dB이었고, 심야 시간대 소음도는 전화벨 소리와 비슷한 67dB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30~40dB에서는 수면 장애나 각성 등이 나타날 수 있고, 55dB 이상의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면 청력 저하나 심장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적정 소음도 기준은 조용한 도서관이나 공원에 해당하는 40dB이다.

소음이 신체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뭘까. 소리가 귀로 전달되면 뇌의 편도체가 자극을 즐거움이나 불쾌함 같은 특정 감정과 연결시킨다. 소음이 계속되면 우리 몸은 이를 스트레스 인자로 인식하는데, 몸을 긴장시키는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아미노산이나 지방이 포도당으로 바뀌는 당신생 작용을 촉진할 뿐 아니라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이 세포에 둔감해지도록 한다. 코르티솔이 과하게 분비되면 당뇨병과 심장병의 원인이 된다.


소음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소음은 불쾌한 자극이 돼 부정적 감정을 유발한다. 소음에 노출되면 화가 나거나 무력감을 느끼고, 우울, 초조, 주의산만 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이 생긴다. 주의집중도 어려워져 학습이나 상대방과의 대화도 어렵다.

2009년 대한스트레스학회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항공기 소음 노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692명과 대조 지역 259명을 대상으로 불면·불안·우울 척도를 분석한 결과, 소음 노출 수준이 높은 지역의 거주민에게서 불안과 우울 관련 증상이 많이 나타났다. 잘 때 우리 몸은 항상성 유지를 위해 여러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소음 때문에 수면에 영향을 받으면 불안·우울 뿐 아니라 인지기능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또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 분비량이 늘어 비만 위험도 높아진다.

평소 잦은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소음이 심한 곳을 잠시나마 떠나 주의를 분산시키는 게 도움이 된다. 실제로 스웨덴 남부 스코네 지역에서는 여행자를 위해 소음 수준을 데시벨로 나타내고, 각 지역에서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를 녹음한 ‘고요의 지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고요한 숲을 산책하면서 자연의 소리를 듣거나 클래식 음악을 듣는 등 감정적으로 자극을 주지 않는 건강한 소리를 들으면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적이다. 다만 걸을 때 나는 소리나 음식 씹는 소리, 자판 두드리는 소리 같은 일상적인 소리 자극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소음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면, 청각이 과민해 다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병원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