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특진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로봇수술센터
과거에는 신장 종양 조금만 커도 全절제
로봇수술 도입 後 '부분 절제' 가능해져
순천향대 부천병원, 로봇수술 4000례
고난도 수술로 지역 중증환자 치료 기여
암 병기(病期) 고려해 절제 범위 결정
신장암은 현재로선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신장이 방사선이나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아서다. 의료진은 암의 병기에 따라 신장 전부를 절제할지, 부분만 절제할지 정한다. 가능하면 부분 절제하는 것이 환자에게 훨씬 유리하다. 신장을 한쪽만 남기면 장기적으로 투석 위험이나 신기능 저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분 절제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신장 주변에는 혈관이 많아 통상 종양의 크기가 4㎝를 넘어가면 전(全)절제를 고려한다. 또한 종양이 신장의 벽 쪽에 붙어있지 않고 안쪽에 자리 잡은 이른바 '내장성 신장암'은 종양을 찾는 과정에서 잘못 건드리면 복강 내로 퍼질 수 있어 부분 절제술이 어렵다.
게다가 부분 절제술은 출혈을 줄이기 위해 수술 도중 신장 동맥을 일시적으로 결찰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혈류를 30분 이상 차단하면 결찰을 풀어도 신장에 손상이 가해진다. 이상욱 교수는 "부분 절제술은 30분 이내에 종양을 도려내고 봉합까지 끝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이러한 난관들 때문에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전이가 없고 크기가 작은 종양이라도 신장을 전부 절제해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봇수술, 고난도 신장암도 부분 절제
로봇수술이 도입된 후로는 상황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전절제했던 경우까지 부분 절제해내는 사례가 쌓이고 있다.
최근 이상욱 교수는 고도비만 환자의 신장 종양 두 개를 로봇수술로 부분 절제하는 데 성공했다.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복부지방층이 두꺼워서 수술 시야 확보가 어렵고 해부 구조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출혈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교수는 종양 2개를 30분 이내에 절제했다.
이상욱 교수는 다른 병원에서 전절제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의 6㎝ 크기 종양을 부분 절제하기도 했다. 해당 환자는 종양이 크고 혈관과 가까운 곳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종양 내 물혹 파열 시 암 전이 가능성까지 있어 전절제가 안전한 선택지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이상욱 교수는 부분 절제에 성공했다. 그는 "최근에는 7㎝에 가까운 종양도 조건이 맞으면 부분 절제를 시행한다"며 "로봇수술 경험이 누적되면서 혈류 차단 시간도 20분 이내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회복이 빠르고 미용적·기능적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로봇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특히 하나의 구멍만 뚫고 수술을 진행하는 '단일공 로봇수술' 도입 이후에는 환자의 선택 폭이 더욱 넓어졌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수호 로봇수술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흉터가 작으니 환자들이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궁근종 같은 경우에는 수술 다음 날 퇴원해도 될 것 같은 환자들이 꽤 있을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지난해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로봇수술 도입 8년여 만에 4000례를 달성했다. 이 분야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도입 초기부터 활발하게 로봇수술을 시행해온 결과다. 단순히 수술을 많이 진행했을 뿐 아니라, 무수혈 로봇수술, 내장성 신장암 등 까다로운 사례를 연이어 극복했다. 전체 로봇수술 건수 중 절반가량이 암에 해당해, 경인 지역 중증환자 치료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정수호 센터장은 이러한 성과의 핵심으로 '경험의 축적'을 꼽았다. 그는 "로봇수술은 장비도 중요하지만, 결국 수술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의료진의 경험"이라며 "50례를 해 본 의료진과 1000례를 해 본 의료진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순천향대 부천병원 로봇수술센터는 5000례 달성을 목표로 한다. 단순히 수술 건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신장암·부인암·대장암·갑상선암·위암·유방암 등 고난도 암 수술 경험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지역 중증환자 치료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센터장은 "로봇수술이 환자의 예후를 바꾸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도 경험을 기반으로 한 정밀 수술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에서 신장 종양이 발견됐다면?]
건강검진에서 신장에 종양이 발견되면 많은 환자가 "조직검사를 먼저 해서 암인지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나 신장 종양은 CT나 MRI 영상만으로 양성과 악성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영상에서는 암처럼 보였지만,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신장 조직검사가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신장은 우리 몸에서 혈류가 가장 풍부한 장기라 바늘을 찔러 조직을 떼는 과정에서 출혈 위험이 크고, 만약 종양이 악성일 경우 바늘이 빠지는 과정에서 종양이 파열돼 암이 복강 내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종양을 절제한 뒤 조직검사를 통해 최종 진단을 내리는 방식을 택한다. 반대로 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되면 수술 자체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신장 종양이 발견됐을 때 가장 중요한 행동 요령으로 '지체 없는 전문 진료'를 강조한다.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수술이 필요한 병변인지, 경과 관찰이 가능한 양성 종양인지 먼저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암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시간을 끌수록 종양이 커질 수 있어, 가능한 한 빠르게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예후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