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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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말단은 혈관이 풍부해 작은 상처에도 출혈이 쉽게 멈추지 않는 부위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작은 손가락 상처의 경우, 특별한 봉합 없이 소독과 드레싱만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상처 부위를 깨끗이 소독한 뒤 거즈나 붕대로 감싸는 드레싱은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다만 드물게 감염이나 혈액순환 장애로 피부 괴사가 발생할 수 있어, 처치 이후에도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압박 드레싱 처치 후 손가락 피부가 괴사됐다는 30대 여성의 의료 분쟁 사건을 정리했다.

◇사건 개요
30대 여성 A씨는 채칼에 베여 왼쪽 검지 끝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고 B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의료진은 상처 부위를 드레싱하고 파상풍 백신과 항생제를 투여한 뒤 귀가 조치했다. 그러나 통증이 계속되자 A씨는 같은 날 다시 응급실을 찾았고,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은 뒤 귀가했다.

다음 날 드레싱 교체를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의료진은 드레싱 제거 후 출혈이 계속되는 것을 확인하고 성형외과와 상의해 압박 드레싱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통증이 심해 A씨는 당일 몇 시간 간격으로 다시 응급실을 찾았고, 진통제 투여 후 귀가했다.

이틀 뒤 A씨는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C의원을 찾았다. 압박 드레싱을 풀자 손가락 피부가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고, 감각 저하와 작은 물집도 관찰됐다. 의료진은 드레싱을 느슨하게 바꾸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다음 날 상태가 악화되자 A씨는 종합병원 진료를 권유받았고, D병원에서 정맥 울혈로 인한 피부 괴사 진단을 받았다. 이후 약 3주 뒤 전층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재활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환자 "과도한 압박 드레싱 때문" vs 병원 "필요 조치 시행"
A씨는 손가락 전체를 과도하게 압박한 드레싱으로 혈액순환이 막혀 피부 괴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피부이식 수술과 재활 치료까지 받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B종합병원 측은 수지 말단 손상은 괴사나 피부이식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 부위이고,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환자 상태에 따라 드레싱과 약물 치료 등 필요한 조치를 적절히 시행했다고 맞섰다.


◇중재원 "부적절한 압박 드레싱으로 인한 2차 피부 허혈"
의료중재원은 초기 내원 당시의 드레싱과 약물 치료는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후 A씨가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차례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재원은 "단순 열상은 보통 지속적인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며 "하루에 두 차례 이상 응급실을 찾을 정도였다면 압박 드레싱으로 인한 혈류 장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다 면밀한 관찰과 조정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손가락에 과도한 압박이 가해질 경우 정맥혈류가 막혀 '정맥 울혈'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피부 괴사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진료기록부상 출혈을 이유로 압박 드레싱을 시행한 과정에서 상태 평가와 후속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재원은 A씨의 손가락 괴사가 응급실 방문 다음 날 이후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며, 원인은 부적절한 압박 드레싱으로 인한 2차 피부 허혈로 판단했다.

결국 B병원이 A씨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고, A씨는 추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됐다.

◇"작은 상처라도 통증 심하면 다시 봐야"
수지 말단은 혈관이 풍부해 작은 상처에도 출혈이 쉽게 멈추지 않는 부위다. 이 때문에 지혈을 위해 압박 드레싱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압박이 지나치면 손끝 혈류가 감소해 조직 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압박 드레싱을 시행할 경우 반드시 손끝 색 변화, 감각, 통증 정도를 확인하고, 환자에게도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혈이 있는 경우에도 압박 드레싱 외에 폐쇄성 드레싱이나 지혈 성분이 포함된 드레싱 제품을 고려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며칠 내 반복적으로 병원을 찾게 된다면 합병증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