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명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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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은 국내 환자 수가 약 500명에 불과한 희귀질환이지만, 혈전 등 합병증으로 사망 위험이 큰 병이다. 최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 선택지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환자 상태에 따른 약제 선택 전략이 치료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 약 100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를 만나 PNH 치료법에 대해 물었다.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은 어떤 질환인가?
"후천성인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나쁜 물질을 방어하는 '보체 시스템'이 몸을 공격하는 병이라고 보면 된다. 보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적혈구가 깨지면서 여러 합병증을 일으키며, 특히 혈전·심부전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으로 인해 암이 아님에도 사망 위험이 일반인 대비 약 4.8배 더 높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혈액 검사만 하면 금방 진단할 수 있다. 진단이 쉽기 때문에 관건은 '의심'이다. 혈전 또는 심부전이 생기거나, 콜라색 소변이 나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의료진 또한 혈액 검사를 했을 때 'LDH 수치'가 정상 수치보다 높게 나오면 PNH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적혈구 파괴가 LDH 수치가 높아지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에는 의료진 중에서도 이 병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PNH를 의심하지 않다가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구분할 수 있는 증상이 있나?
"50%의 환자는 콜라색 소변이 나온다. 콜라색 소변이 나오지 않는 환자는 용혈성 빈혈(혈액을 만드는 기능에는 문제가 없으나 적혈구가 조기에 깨져 생기는 빈혈) 증상이 나타날 때 PNH를 의심해야 한다. 보통 숨이 차거나, 혈뇨가 생기거나, 혈전으로 인해 흉통을 느끼는 등 용혈성 빈혈 증상을 느꼈을 때 혈액내과를 찾아 진단받는다. 환자 중 빈혈 증상이 있는 사람은 90%, 혈뇨가 있는 사람은 50%, 흉통이 있는 사람은 20% 정도다."

-질환명을 고려할 때, 낮에는 혈뇨가 나오지 않는가?
"아니다. 이 병은 적혈구가 24시간 동안 계속 깨지는 병이다. 다만, 밤에 잠을 잘 때 소변을 보지 않다 보니 아침에는 농축된 소변이 나온다. 그 후에 나오는 소변일수록 점점 색이 옅어지다 보니 '야간'이라는 용어가 붙었다. 또 일부 환자들은 종종 피가 섞이지 않은 깨끗한 소변이 나와 '발작성'이라는 용어가 붙었다. 그래서 사실 이 질환은 용어 중 어느 것도 100%가 아니지만, 이미 한 번 붙은 병명을 쉽게 바꾸기는 어렵다."


-혈전이 특히 위험한 합병증이라는데?
"그렇다. PNH로 사망하는 환자 중 상당수가 혈전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에 사망한다. PNH 환자 중 혈전이 발생하는 비율은 국내에서 약 20%이며, 이들의 사망 위험은 일반인 대비 14배까지 높아진다. 또 혈전이 한 번 생긴 환자 중 54%는 다른 혈전이 또 생긴다. 혈전이 한 번 생기면 추가 혈전을 방지하고자 항응고제를 먹지만, PNH 환자는 응고 체계뿐만 아니라 보체 체계와 적혈구 자체 문제로 인해 혈전이 생기기 때문에 항응고제를 먹는다고 해서 혈전 발생을 막지 못한다. 그래서 PNH 치료의 핵심이 약물을 통해 보체의 활성화를 막는 것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혈모세포이식술은 잘 고려하지 않는지?
요즘은 대체로 진행하지 않는 추세다. 조혈모세포이식술을 시행하면 80%는 완치되지만, 20%는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특히 혈전이 있는 환자는 이식술 후 40%가 사망한다. 반면 약물 치료를 하면 아무도 사망하지 않는다. 국가 입장에서는 조혈모세포이식술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지만, 사망 위험을 고려할 때 진행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PNH는 희귀질환이지만, 유독 신약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알렉시온 파마슈티컬스가 솔리리스라는 약물을 처음 개발할 당시 심근경색·류마티스 질환 등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그 후 PNH 치료제로 다시 개발해 성공한 뒤 원가 대비 큰 수익을 냈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제약사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약가를 삭감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현재는 작은 시장에 수많은 경쟁자들이 진입해 있는 상태다."

-치료 선택지에 대해 소개한다면?
"보체 중 말단부인 ‘C5’를 억제하는 약물을 ‘원위부 보체 억제제’, ‘C3’·‘B인자’·‘D인자’ 등 더 위쪽 단계의 보체를 억제하는 약물을 ‘근위부 보체 억제제’라고 한다. 정맥주사제 솔리리스(에쿨리주맙)와 ‘울토미리스(라불리주맙)‘는 원위부, 피하주사제 '엠파벨리(페그세타코플란)'와 먹는 약 '파발타(입타코판)'·'보이데야(다니코판)'는 근위부 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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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국내 허가를 받은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사진=각사 제공
-약제 간 차이점과 개발 배경은?
"울토미리스는 솔리리스와 기전은 동일하지만, 반감기를 4배 이상 늘린 약이다. 2주에 한 번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환자의 부담을 두 달에 한 번으로 줄인 것이다. 엠파벨리는 여건상 두 달에 한 번 병원을 찾는 것도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개발한 피하주사로, 주 2회 집에서 본인이 30분씩 주사한다. 파발타는 제형을 먹는 약으로 개발해서 편의성을 더 높인 사례다."

-보이데야가 건강보험 급여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는?
"기존 약제보다 비용이 높아 보험 재정 측면에서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본다. 또 단독요법으로는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 솔리리스·울토미리스에 부가하는 방법으로만 쓸 수 있다."

-의료계에서 주목하는 약제 관련 이슈가 있다면?
어떤 환자든 C5 억제제를 먼저 사용하고, 용혈성 빈혈이 교정되지 않는 20%가량의 환자들만 먹는 약으로 교체 처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C5 억제제를 쓰다가 근위부 약제로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만, 근위부 약제를 쓰다가 C5 억제제로 바꾸는 것은 어렵다. 근위부 억제제는 보체 반응을 초기에 차단해 적혈구 손상을 거의 막지만, 투여가 중단하거나 약을 바꿔야 할 때 보호막이 없는 적혈구가 깨질 경우 평소보다 더 심한 용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어떤 경우가 가장 위험한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복용을 잊어버리는 경우다. 출장 시 약을 안 챙기거나, 술을 마신 후 약을 모두 토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수술이다. 수술도 보체 활성화를 일으키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가임기 여성이다. 이들이 만약 임신했을 때 약을 끊으면 혈전이 태반 혈관을 막으면서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약물을 중단할 수 없다. 과거 솔리리스를 쓰던 임신부 환자의 투약을 유지해 봤을 때 출산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알려졌기에, 현재 임신부에게 가장 안전한 약은 솔리리스다. 그래서 국내에서 임신부에게는 반드시 솔리리스를 먼저 쓰게 돼 있다. 반면 근위부 약제를 사용하던 여성이 임신 후 계속 투약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는 아직도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곧 나올 예정이다."


-그 외 개발되고 있는 약제가 있나?
"작년 12월 피아스카이(크로발리맙)가 국내에서 허가됐다. 4주에 한 번 피하 주사하는 약물로, 젊은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본다. 그 외에도 여러 바이오시밀러가 있으며, '포젤리맙'과 '셈디시란'이라는 약물을 병용하는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C5 억제제를 사용하던 환자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 B인자 억제제를 추가하는 방법도 곧 임상시험에서 평가할 예정이다."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희귀질환이다 보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진단을 받았는데도 본인이 무슨 병에 걸렸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임상에서 환자들을 만날 때 병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오래 걸리더라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환자와 우리 사회에 한 마디?
"치료법·임상시험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최근 거의 끝나가고 있는 임상시험이 있는데, 이에 대한 정보가 없는 환자들이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효과가 좋은 여러 선택지가 있으니,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해 좋은 치료 방향을 세웠으면 한다."

☞장준호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천대 길병원 내과진료부장, 심장내과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7년 2월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부교수로 근무를 시작했으며, 2014년 3월부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0년 초반 솔리리스가 국내에서 보험급여 관련 이슈가 있을 당시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바 있으며, 현재도 질환과 관련해 정부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는 의사 중 한 명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PNH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