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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침 출근길, 손에 쥔 음료를 떠올려 보자. 달콤한 커피, 설탕이 들어간 주스, 혹은 청량한 탄산음료. 바쁜 일상 속에서 무심코 고르는 이 한 잔이, 수십 년 뒤 우리의 기억력과 연결돼 있다면 어떨까.

최근 필자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를 소개하고 싶다. 필자는 10만 명이 넘는 성인을 13년 이상 추적 관찰하며, 평소 어떤 음료를 마시는지가 미래의 뇌 건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폈다.

사소한 선택의 차이였을 뿐이지만, 결과는 크게 달랐다. 설탕이 들어간 가당 음료를 하루 한 잔 넘게 마시는 사람은 치매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반면, 차나 커피를 선택한 사람은 오히려 치매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당 음료를 매일 마시는 습관은 치매 위험을 60% 이상 높였고, 차나 커피를 마시는 경우에는 위험이 30% 이상 낮아졌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대체 효과’다. 평소 마시던 달콤한 음료 한 잔을 차나 커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치매 위험이 의미 있게 줄어들었다. 거창한 식단 관리나 극적인 생활 변화가 아니라, 음료 선택 하나의 차이였다.


이 효과는 고혈압이나 비만,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혈압약을 챙겨 먹고, 체중 때문에 늘 고민하는 중년층이라면 이 결과를 남의 이야기처럼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이들에서는 단 음료를 차나 커피로 대체할 때의 치매 위험 감소 폭이 훨씬 컸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설탕이 많은 음료는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 반응을 통해 뇌 기능 저하를 부추길 수 있다. 반면 차와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과 폴리페놀은 항산화·항염 작용으로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매일 반복되는 작은 선택이 뇌에 부담을 줄지 보호막을 씌울지를 가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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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물론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로, 치매의 모든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는 남는다. 치매 예방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하는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오늘 마시는 음료 한 잔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일 아침, 습관처럼 고르던 달콤한 음료 대신 따뜻한 차나 커피를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 그 선택이 당신의 기억을 조금 더 오래 지켜줄지도 모른다.


(* 이 칼럼은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