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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암의 초기 징후인 혈뇨가 색각 이상 환자들에게는 잘 인식되지 않아, 방광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방광암의 초기 징후인 혈뇨가 색각 이상 환자들에게는 잘 인식되지 않아, 방광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와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은 전자의무기록 연구 네트워크인 ‘트라이넷엑스(TriNetX)’를 활용해 색각 이상 여부에 따른 방광암·대장암 환자의 예후 차이를 분석했다. 미국 내 약 1억 건의 환자 기록을 분석한 결과, 색각 이상과 방광암을 함께 진단받은 환자는 135명, 색각 이상과 대장암을 함께 진단받은 환자는 187명이었다.

한 선행 연구에서는 색각 이상 참가자와 정상 시력을 가진 참가자에게 타액·소변·대변 사진을 제시하고 혈액이 섞여 있는지를 구분하도록 했는데, 정상 시력 참가자의 정답률은 99%에 달했지만 색각 이상 참가자는 70%에 그쳤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색각 이상이 실제 임상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이번 분석에 착수했다.

그 결과, 색맹인 방광암 환자군은 정상 시력을 가진 방광암 환자군에 비해 전체 생존 기간이 더 짧았으며, 20년 동안 사망률이 52%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혈뇨를 제때 인지하지 못해 진단 시기가 늦어졌을 가능성이 예후 악화로 이어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색각 이상은 생각보다 흔한 시각 특성으로, 여성은 약 200명 중 1명, 남성은 약 12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유형은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분하기 어려운 형태다. 방광암 역시 남성에게서 더 흔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혜련 의원이 국립암센터로부터 제출받은 ‘2024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2년 신규 방광암 환자 중 남성이 4187명으로 전체의 79.8%를 차지했다. 색각 이상과 방광암 모두 남성에게서 빈도가 높은 만큼, 방광암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 동시에 초기 증상을 인지하기 어려운 ‘시각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 시사점이다.

반면 연구진은 대장암 환자에서는 색각 이상 여부에 따른 생존율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스탠퍼드대 에산 라히미 교수는 “대장암은 혈변 외에도 복통이나 배변 습관 변화 등 다른 초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장암은 혈변 외에도 복통이나 배변 습관 변화 같은 증상이 동반되지만, 방광암 환자의 80~90%는 혈뇨 외에 별다른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정기적인 대장암 검진이 보편화돼 시각적 변화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라히미 교수는 “색각 이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번 연구는 매년 건강검진에서 소변 검사를 받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소변 색깔의 변화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배우자나 동거인 등 가까운 사람에게 주기적으로 확인을 부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네이처 헬스(Nature Health)’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