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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위암 면역 미세환경 비교./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위암 환자에게 사용하는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성과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암세포는 우리 몸속 면역세포 ‘T림프구(T세포)’에게 공격받지 않도록 위장하는 면역관문(신호경로)을 가진다. PD-L1 단백질을 만들어 T림프구에 있는 PD-1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이 기전을 차단하는 항암제다. 기존의 수술·항암·방사선 치료로는 차도가 없는 난치성 암환자들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난치성 위암 환자에서 면역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 병용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사례가 나오며 완치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하는 추세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제1저자 이정환 전문의)이 2018~2024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PD-L1 면역조직검사를 받은 위암 환자 468명을 분석한 결과, 면역관문억제제 효과와 PD-L1 발현 양상이 다른 근본적 배경에 남녀 성차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D-L1 양성 판정을 받고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한 남성집단의 중앙 생존기간이 1314일로 비투여군(950일)보다 긴 반면, 여성에서는 투여군(897일)과 비투여군(890일)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성별에 따라 위암 양상이 병리학적·분자생물학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남성은 PD-L1 양성 위암이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를 동반하거나 전정부(위 아래쪽)에 생기는 경향이 강했는데, 두 요인 모두 활발한 면역반응과 관련있어 면역관문억제제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여성은 PD-L1 양성 위암과 EBV·전정부암 간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으며 다양한 면역 억제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PD-L1/PD-1 억제제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추정됐다.

연구팀은 면역관문억제제 효과가 환자마다 차이가 매우 큰데, 그 효과를 예측해 투여를 결정할만한 기준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암세포 표면 PD-L1 수치가 높을수록 치료 효과도 좋다는 가설이 가장 타당하지만, 이조차도 일관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워 보조 지표로 활용되는 실정이다.

김나영 교수는 “성별에 따라 면역 체계에 분명한 차이가 있는 만큼, 면역관문억제제 기반 위암 치료 시 ‘성차'를 고려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추후 대규모 데이터 연구를 통해 남녀 모두에게 최적화된 면역항암치료 가이드라인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대한암학회 발간 국제학술지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CRT)’에 최근 게재됐다.


오상훈 기자 | 오지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