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HIV/AIDS’ 명의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김태형 교수
HIV(사람 면역결핍 바이러스)는 감염되면 면역체계가 서서히 약해지는 질환이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후천성면역결핍증, AIDS(에이즈)로 진행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HIV 진단이 치료로 이어지기까지 평균 200일이 넘게 걸렸다. 확진 판정을 받아도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사회적 인식 탓에 치료를 주저하는 환자들이 있다. HIV도 다른 질환처럼 조기에 치료하면 평생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HIV의 치료에 대해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김태형 교수에게 물었다.
-국내 HIV 관련 통계에서 두드러지는 점이 있다면?
“국내 HIV 감염인은 1985년 처음으로 신고됐다. 이후 꾸준히 늘어 2013년에 1000명대로 올라섰고 증감을 반복하다가 2022년부터 줄기 시작했다. 지난해 통계가 최근에 나왔는데 신규 국내 감염인은 모두 657명이었다. 이젠 확실히 감소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2030년까지 신규 감염인을 5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HIV 감염 경로에 대한 오해가 많다. 국내에서는 어떤 경로가 가장 흔한가
“대부분은 성관계다. 이론적으로는 주사기 공동 사용이나 수혈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있지만, 수혈의 경우 1990년대 이후 국내 사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혈액원에서 매우 엄격하게 선별 검사를 하고 있고, 위험군 헌혈도 구조적으로 차단돼 있다. 마약 주사로 인한 감염은 통계적으로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문란해서 걸린 병’이라는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명백한 오해다. 아무리 성생활이 활발해도 콘돔을 잘 사용하면 감염되지 않는다. 반대로 단 한 번 관계를 가졌는데 상대가 감염인이었고,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성관계 방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를 만나느냐’다. 그래서 자기 보호 차원에서 콘돔 사용이 중요하고, 고위험군에게는 HIV 치료제를 미리 복용하는 프렙(PrEP) 같은 예방 전략도 있다.”
-고위험군이라면?
“▲남성과 성관계하는 남성 ▲파트너가 다수인 사람 ▲주사기로 약물을 투입하는 사람 ▲HIV 감염인을 파트너나 배우자로 두고 있는 사람 등이다. 이들에게는 보건소에 익명 검사와 프렙과 같은 예방적 치료가 권고된다.”
-HIV 감염을 치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우리 몸의 특정 세포를 숙주 삼는 여타 바이러스와 달리 HIV는 ‘T세포’라는 면역 시스템을 숙주 삼는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면역 시스템이 손상 받게 되고, 면역력이 고갈되면 ‘에이즈’가 발병한다. 평균 7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보고된다. 다만 개인차가 커서 1년이 걸릴 수도,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HIV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표준치료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로, 여러 종류의 항 HIV 성분 2~3가지를 복용해 억제하는 것이다. 현재 사용하는 약제로는 3제 경구제 ‘빅타비’, 2제 경구제 ‘도바토’가 있다. 3제 요법은 3개 성분이, 2제 요법은 2개 성분이 단일 정제에 담긴 형태다. 과거에는 약 성분이 많지 않아 결핵 등 합병증이 있는 경우 하루에 60알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은 한 알만 복용하면 된다.”
-약제는 어떤 기준으로 처방되나?
“과거엔 CD4 수치(T세포의 수)나 내성 검사 등을 실시한 다음에 약제를 처방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기 치료가 원칙이라 감염이 확인되면 바로 약제를 복용한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보다 감염내과 의사들이 덜 ‘똑똑해도’ 치료를 잘 할 수 있다.”
-약제만 잘 복용하면 괜찮은 것인가?
“그렇다. 치료제만 잘 복용하면 HIV 전파력은 거의 ‘0’이 된다. 완치는 어렵지만 면역기능을 유지하는 건 가능하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HIV도 만성질환이라고 여기는 추세다.”
-최근 도입된 주사 치료는 어떤가?
“2개월 주기로 맞는 주사제다. 바이러스 억제 효과는 경구 약제와 똑같은 수준이라 매일 약제를 복용하는 걸 어려워하는 환자들이 찾는다. 투약 주기를 4개월, 6개월로 늘리는 주사제들이 임상 중에 있다.”
-HIV 동반질환은 없나?
“바이러스 자체가 혈관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문헌상 일반인 대비 1.5~2배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비만도 동반질환으로 분류되는데, HIV가 원인이지 약제가 원인인지 불분명하다. 골다공증은 주로 약제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약 성분이 뼈세포에 영향을 주었거나 AIDS 환자에게서 흔한 호르몬결핍이나 영양결핍에 의해 유발됐을 것이라 추정된다.”
-국내 HIV 치료 환경에 대해 평가한다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잘 되고 있다. 보건 현장은 상당히 인도주의적이고 복지 시스템도 잘 돼 있다. 다만 낙인과 차별이 문제다. 우리 사회는 유독 HIV에 대한 편견이 크다. HIV 진단을 받았지만 20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방문한 환자가 있다. HIV 환자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탓이다. 해당 환자는 여러 합병증이 발생한 상태였다.
사회적인 편견을 없애야 전파도 막을 수 있다. 편견이 심하면 감염인들이 치료를 주저하게 되고 이는 HIV를 더 많이 전파시키는 결과로 작용한다. 지난 20년 간, HIV를 치료받으면서 전파시키는 사례는 단 한 번도 못 봤다. HIV 전파는 본인이 HIV에 감염된 걸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HIV 감염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김태형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이자 연구부원장이다. 대한에이즈학회 기획이사, 대한항균요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전국에서 HIV/AIDS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의료진 중 한명이다. 차별 없는 진료와 사회적 낙인 해소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예방·치료·교육을 아우르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HIV 관련 통계에서 두드러지는 점이 있다면?
“국내 HIV 감염인은 1985년 처음으로 신고됐다. 이후 꾸준히 늘어 2013년에 1000명대로 올라섰고 증감을 반복하다가 2022년부터 줄기 시작했다. 지난해 통계가 최근에 나왔는데 신규 국내 감염인은 모두 657명이었다. 이젠 확실히 감소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2030년까지 신규 감염인을 5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HIV 감염 경로에 대한 오해가 많다. 국내에서는 어떤 경로가 가장 흔한가
“대부분은 성관계다. 이론적으로는 주사기 공동 사용이나 수혈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있지만, 수혈의 경우 1990년대 이후 국내 사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혈액원에서 매우 엄격하게 선별 검사를 하고 있고, 위험군 헌혈도 구조적으로 차단돼 있다. 마약 주사로 인한 감염은 통계적으로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문란해서 걸린 병’이라는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명백한 오해다. 아무리 성생활이 활발해도 콘돔을 잘 사용하면 감염되지 않는다. 반대로 단 한 번 관계를 가졌는데 상대가 감염인이었고,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성관계 방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를 만나느냐’다. 그래서 자기 보호 차원에서 콘돔 사용이 중요하고, 고위험군에게는 HIV 치료제를 미리 복용하는 프렙(PrEP) 같은 예방 전략도 있다.”
-고위험군이라면?
“▲남성과 성관계하는 남성 ▲파트너가 다수인 사람 ▲주사기로 약물을 투입하는 사람 ▲HIV 감염인을 파트너나 배우자로 두고 있는 사람 등이다. 이들에게는 보건소에 익명 검사와 프렙과 같은 예방적 치료가 권고된다.”
-HIV 감염을 치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우리 몸의 특정 세포를 숙주 삼는 여타 바이러스와 달리 HIV는 ‘T세포’라는 면역 시스템을 숙주 삼는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면역 시스템이 손상 받게 되고, 면역력이 고갈되면 ‘에이즈’가 발병한다. 평균 7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보고된다. 다만 개인차가 커서 1년이 걸릴 수도,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HIV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표준치료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로, 여러 종류의 항 HIV 성분 2~3가지를 복용해 억제하는 것이다. 현재 사용하는 약제로는 3제 경구제 ‘빅타비’, 2제 경구제 ‘도바토’가 있다. 3제 요법은 3개 성분이, 2제 요법은 2개 성분이 단일 정제에 담긴 형태다. 과거에는 약 성분이 많지 않아 결핵 등 합병증이 있는 경우 하루에 60알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은 한 알만 복용하면 된다.”
-약제는 어떤 기준으로 처방되나?
“과거엔 CD4 수치(T세포의 수)나 내성 검사 등을 실시한 다음에 약제를 처방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기 치료가 원칙이라 감염이 확인되면 바로 약제를 복용한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보다 감염내과 의사들이 덜 ‘똑똑해도’ 치료를 잘 할 수 있다.”
-약제만 잘 복용하면 괜찮은 것인가?
“그렇다. 치료제만 잘 복용하면 HIV 전파력은 거의 ‘0’이 된다. 완치는 어렵지만 면역기능을 유지하는 건 가능하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HIV도 만성질환이라고 여기는 추세다.”
-최근 도입된 주사 치료는 어떤가?
“2개월 주기로 맞는 주사제다. 바이러스 억제 효과는 경구 약제와 똑같은 수준이라 매일 약제를 복용하는 걸 어려워하는 환자들이 찾는다. 투약 주기를 4개월, 6개월로 늘리는 주사제들이 임상 중에 있다.”
-HIV 동반질환은 없나?
“바이러스 자체가 혈관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문헌상 일반인 대비 1.5~2배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비만도 동반질환으로 분류되는데, HIV가 원인이지 약제가 원인인지 불분명하다. 골다공증은 주로 약제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약 성분이 뼈세포에 영향을 주었거나 AIDS 환자에게서 흔한 호르몬결핍이나 영양결핍에 의해 유발됐을 것이라 추정된다.”
-국내 HIV 치료 환경에 대해 평가한다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잘 되고 있다. 보건 현장은 상당히 인도주의적이고 복지 시스템도 잘 돼 있다. 다만 낙인과 차별이 문제다. 우리 사회는 유독 HIV에 대한 편견이 크다. HIV 진단을 받았지만 20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방문한 환자가 있다. HIV 환자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탓이다. 해당 환자는 여러 합병증이 발생한 상태였다.
사회적인 편견을 없애야 전파도 막을 수 있다. 편견이 심하면 감염인들이 치료를 주저하게 되고 이는 HIV를 더 많이 전파시키는 결과로 작용한다. 지난 20년 간, HIV를 치료받으면서 전파시키는 사례는 단 한 번도 못 봤다. HIV 전파는 본인이 HIV에 감염된 걸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HIV 감염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김태형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이자 연구부원장이다. 대한에이즈학회 기획이사, 대한항균요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전국에서 HIV/AIDS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의료진 중 한명이다. 차별 없는 진료와 사회적 낙인 해소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예방·치료·교육을 아우르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