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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주스는 항공기 내에서 마셨을 때 가장 맛있게 느껴진다. 기내 소음과 압력의 영향이 미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항공기 기내식 카트에는 물과 탄산음료, 각종 주스와 주류까지 다양한 음료가 준비돼 있다. 이 중 한 가지를 골라야 한다면, 토마토 주스는 어떨까? 토마토 주스는 항공기 안에서 마셨을 때 가장 맛있는 음료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토마토 주스의 기내 제공량이 5만3000갤런에 달하며, 이는 캔 맥주 제공량인 5만9000갤런과 비슷하다는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미국 코넬대학교 식품과학 로빈 댄도 교수가 ‘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항공기 내에서 토마토 주스가 유독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비행 중 발생하는 소음과 관련이 있다. 연구진이 비행기 엔진 소리와 비슷한 85데시벨의 소음 환경과 조용한 환경을 조성한 뒤 48명의 남녀에게 단맛·짠맛·신맛·쓴맛·감칠맛을 내는 용액을 맛보도록 한 결과,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단맛을 느끼는 감각이 둔해진 대신 감칠맛은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 5의 맛’이라고 불리는 감칠맛은 음식의 풍미를 좋게 해 계속 먹고 싶게 만든다.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글루탐산이 이런 현상을 유발한다. 글루탐산이 단백질 덩어리에서 분해돼 나오면 미각 수용체가 이를 감칠맛으로 인식한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MSG는 이 글루탐산에 나트륨을 첨가해 만든 것이다. 미국 의료정보매체 ‘웹엠디(WebMD)’에 따르면 토마토 100g에는 250mg의 글루탐산이 들어 있다. 이는 포도 주스(250mg)나 완두콩(200mg)과 비슷하며, 옥수수·감자(100mg)보다 많은 수치다.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찰스 스펜스 교수 연구팀도 비슷한 결과를 발표했다. ‘플레이버(Flavour)’저널에 게재된 논문에는 큰 소음이 미각을 둔화시키는데, 이 때 단맛과 짠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 대신 감칠맛을 느끼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찰스 스펜스 교수는 뉴욕 포스트에 기내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파마산 치즈, 버섯, 토마토 등 감칠맛이 나는 음식을 꼽기도 했다.

비행 고도와 대기 압력이 미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보통 기내 기압은 고도 2400m 정도로 유지된다. 혈액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면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수용체의 민감도가 떨어진다. 10~15%로 유지되는 기내 습도도 감각 변화에 영향을 준다. 독일 프라운호퍼 건축물리학연구소는 저압 환경에서는 미각 일부가 마비돼 짠맛은 20~30%, 단맛은 15~20% 덜 느끼게 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내에서는 음식과 음료가 마치 감기에 걸렸을 때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김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