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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의사인력 양성 토론회에서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BD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의사 인력 양성 방안을 논의하는 공식 토론회에서 단순한 ‘증원 규모’보다 응급·중증·필수의료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의사인력규모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추계 결과와 의사 인력 양성 규모에 대한 심의 기준·적용 방안을 공개하고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은 6가지 수급 추계 모델을 적용한 결과, 2037년 기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 수가 최소 2530명에서 최대 48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공공의대와 지역 신설 의대에서 2037년까지 총 600명의 의사가 배출된다는 가정을 더할 경우, 기존 비서울권 의과대학의 실제 증원 규모는 1930명에서 4200명 사이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토론 참석자들의 의사 부족·증원 여부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 갈렸지만, 대다수는 '미래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현시점부터 필수 의료 등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로 제언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정부는 계속 숫자를 제시하지만, 중증질환자에게 10년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라며 “의료는 오늘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의사 수 자체가 아니라 응급·중증·필수의료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라며 “의사 인력 정책은 장기 전망보다 지금 당장 작동하는 대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의료 현장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영월의료원 조승연 외과 과장은 "의사를 2000명 뽑으면 뭐하고 4000명 뽑으면 뭐 하나, 어차피 모두 강남에 가서 머리 심지 않느냐"며 "외과 의사의 절반 이상이 개업해 10년 이내로 맹장 수술할 의사도 없을 것이라는 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계는 참고 자료일 뿐, 당장 다음 달부터 어떻게 의사들을 지역·필수·공공의료로 유도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급여를 없애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넓힌다든지 등의 방법이 있다"며 "갈 길은 가는 게 정부의 일"이라고 촉구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추계 방식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은 “추계위원회가 정치적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며 “의사의 생산성이나 현장 변수에 대한 충분한 시뮬레이션이 반영되지 않아 정책 실패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계와 심의 과정에서 임상 의사의 목소리가 배제됐다”며 “현장 경험을 반영한 정책 변수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의사를 늘린다고 해서 자동으로 지역·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해외에서도 단순 증원이 분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사례는 이미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 인력 규모 결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종합적인 의료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