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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되면 루게릭병(ALS)으로 대표되는 운동신경원 질환의 발생 위험뿐 아니라, 진단 이후 질환 진행 속도까지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되면 루게릭병(ALS)으로 대표되는 운동신경원 질환의 발생 위험뿐 아니라, 진단 이후 질환 진행 속도까지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징 우 박사 연구팀은 운동신경원 질환 환자 1463명과 이들의 형제자매 1768명, 환자 1명당 연령과 성별을 맞춘 일반 인구 대조군 5명씩 총 7310명을 대상으로 거주지 대기오염 노출 수준과 질환 위험·예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2015년부터 2023년 사이 새롭게 운동신경원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들이며, 연구팀은 진단 이전 최대 10년간의 거주지 정보를 바탕으로 대기오염 누적 노출 수준을 추정했다.

연구팀은 거주지 주소를 기준으로 시공간 모델을 적용해 연평균 미세먼지(PM2.5, PM10, PM2.5~10)와 이산화질소(NO₂) 농도를 산출하고, 이를 대기오염 노출 지표로 활용했다. 이 수치를 토대로 운동신경원 질환 환자와 일반 인구 대조군, 형제자매 대조군을 각각 비교해 질환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또 환자군을 대상으로는 진단 이후 최대 8년간 추적 관찰하며 사망 또는 침습적 인공호흡기 사용까지의 시간을 기준으로 질환 예후를 평가했다.

아울러 질환 진행 속도는 ALS 기능평가척도 개정판 점수(루게릭병 환자의 일상 기능을 수치화한 지표)의 감소 속도를 활용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진단 이후 기능 저하 속도가 빠른 상위 25%를 ‘빠른 진행군’, 나머지 75%를 ‘느린 진행군’으로 나눠, 대기오염 노출 수준에 따라 질환 진행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폈다.


분석 결과, 비교적 낮은 수준의 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운동신경원 질환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인구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진단 이전 10년 평균 대기오염 농도가 사분위 범위만큼 증가할 경우 질환 발생 위험은 초미세먼지(PM2.5)에서 약 21%, 미세먼지(PM10)에서는 약 29%, 이산화질소(NO₂)에서는 약 20% 높아졌다.

질환을 진단받은 이후에도 대기오염은 예후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PM10과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을수록 사망 또는 침습적 인공호흡기 사용 위험이 증가했으며, 모든 종류의 미세먼지는 기능 저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특히 운동 기능과 호흡 기능 저하가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대기오염과 신경퇴행성 질환의 연관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운동신경원 질환의 발생 위험과 진단 이후 진행 속도를 함께 분석한 연구는 드물었다”며 “이번 연구는 스웨덴처럼 대기오염 수준이 비교적 낮은 환경에서도 대기오염이 운동신경원 질환의 위험과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AMA 신경학(JAMA Neurology)’에 지난 20일 게재됐다. 


유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