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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신봉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교육 수준이 아니라 ‘나르시시즘’이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거나, 국회의사당 지붕 아래에 ‘태권브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허무맹랑해 보이는 음모론을 왜 믿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흔히 지능이나 교육 수준이 낮아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단순히 그렇지만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남호주대 타일러 코스그로브 박사 연구팀은 성인 660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의 추적 조사를 실시해 음모론 신봉 성향의 원인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교육 수준 ▲나르시시즘 ▲독특함에 대한 욕구 ▲인지적 종결 욕구 등의 특성이 음모론 신봉, 가짜 뉴스 판별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일반적으로 교육은 비판적 사고와 분석적 추론 능력을 키워 음모론에 빠지지 않게 돕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과거 연구를 바탕으로 불안정하거나 자기중심적인 성격 특성이 이런 교육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워 분석에 나섰다.

그 결과, 음모론 신봉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교육 수준이 아니라 ‘나르시시즘’이었다. 자기애적 성향이 높은 사람일수록 음모론과 허위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뚜렷했다. 나르시시즘이나 독특함에 대한 욕구가 평균보다 조금만 높아도, 교육이 갖는 음모론 방어 효과는 사실상 사라졌다.


특히 고학력자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나타났다. 연구팀은 고학력 나르시시스트들이 자신의 지적 능력을 객관적 사실 판단보다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 지식’을 알고 있다는 우월감을 강화하는 데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를 '인식적-사회적 동기화된 추론(Epistemic-social motivated reasoning)'이라 정의했다. 이는 지적 능력이 진실을 찾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특별함과 우월함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중재 가능성도 제시했다. 나르시시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타인의 지적이나 훈계에는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람의 시선이 없는 AI와의 대화에서는 체면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 자신의 오류를 비교적 잘 인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코스그로브 박사는 “나르시시즘 같은 성격 특성은 바꾸기 어렵고, 특히 개인의 변화 의지가 없을 경우 더욱 그렇다”며 “지식적 욕구와 사회적 욕구를 건강하게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 음모론과 허위 정보 확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성격 및 개인차(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