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뭐약] 편두통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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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겔러티, 아조비, 아큅타/사진=각사 제공
부작용 부담이 컸던 기존 편두통 예방 치료를 대체할 치료제가 많아지고 있다. 편두통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직접 차단하는 CGRP 억제제가 임상 현장에 도입되고, 새로운 약제의 추가 도입도 예상된다.

◇신경전달물질 직접 차단해 편두통 예방
과거에는 항우울제, 항뇌전증제, 혈압약(베타차단제) 등을 사용했다. 기존 치료제는 가격이 저렴해 오랫동안 쓰여 왔으나, 부작용이 심한 점이 문제가 됐다. 항우울제·항뇌전증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어지럼증·졸음을 견뎌야 하며, 혈압약은 교감신경 수용체에 작용하기 때문에 무기력감·의욕 저하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노원을지대병원 김병건 교수는 "기존 약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저용량으로 처방해 왔으나, 그럼에도 부작용이나 낮은 효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환자가 상당수 있었다"며 "1년 동안 계속 처방했을 때, 1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약을 먹고 있는 환자가 약 20%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부작용을 개선하고,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최근에는 'CGRP(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억제제'가 쓰이고 있다. CGRP는 혈관 확장, 통증 신호 전달, 염증 등에 관여해 편두통 악화를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로, CGRP와 수용체가 결합하지 못하도록 해 편두통 예방·치료 효과를 낸다.

◇주사제, 독성 적어… 경구제, 두통 양상 따라 유연하게 사용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CGRP 계열 편두통약에는 주사제(항체)인 일라이 릴리·오가논의 '앰겔러티', 한독테바의 '아조비', 먹는 약인 애브비의 '아큅타'가 있다. 앰겔러티가 2019년 9월 세 약제 중 가장 먼저 국내 시장에 진입했고, 아큅타가 가장 최근인 2023년 11월에 허가된 후 쓰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경구제가 먼저 등장하기도 했지만, 간 독성 문제가 발생하면서 2004년경 시장에서 철수했다.


주사제는 약물이 면역 체계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간·신장 독성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약물의 분자가 커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지 못하므로 중추신경계 부작용도 없다. 월 1회 투여하기 때문에, 주로 매일 약을 먹는 것에 불편을 느끼는 환자들이 선호한다. 앰겔러티와 아조비는 효능이 유사하나, 앰겔러티의 경우 처음 투여할 때 주사를 두 대 맞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최근에는 아조비로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가 더 많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약물이 체내에 남아 있는 기간이 길어 드물게 이상 반응을 경험하면 빠른 조치가 어려울 수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미지 교수는 "항체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나 심뇌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신중하게 투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큅타는 과거 경구제의 간 독성 문제를 없앤 2세대 약물이다. 주사제 대비 약효 지속 기간이 짧아 부작용 발생 시 빠른 대응이 가능하며, 환자의 생애주기나 두통 양상에 따라 예방 치료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데도 유리하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월경처럼 편두통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시기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아큅타를 복용해 편두통을 예방하기도 한다.

단, 높은 비용을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비급여로 한 달 치를 사용할 경우 약 5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병건 교수는 "최근에 등장한 치료제들은 부작용이 좀 더 적고 효과는 더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편이다"며 "워낙 대상자가 많아서 재정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지만, 편두통의 유병률이 높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점을 인정해 영국·유럽연합·일본처럼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해주는 사례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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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텍, 바이엡티/사진=각사 제공
◇급성기 치료제·3개월 간격 주사제 도입 전망
향후 편두통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약이 더 들어오면서 환자의 선택지가 더 늘어날 조짐도 있다. 대표적으로 화이자의 너텍이 국내 처방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너텍은 작년 3월 국내에서 허가된 구강붕해정(혀 밑에 넣어 녹여 먹는 약)으로, 허가와 유통 사이의 간극이 길어져 아직 처방되지는 않고 있다. 편두통 환자는 오심·구토가 동반되면 알약을 먹고 도로 토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제형 특성상 입에서 녹여서 넘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물을 조금 더 빨리 흡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주사제에는 없는 급성기 편두통 치료 적응증도 가지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급성기 두통을 치료하는 데 유리하다는 효과가 입증됐다. 아큅타도 최근 급성기 치료 적응증 추가를 위해 임상 3상 시험 'ECLIPSE'를 진행했고, 지난달 유의미한 결과가 공개됐다. 이미지 교수는 "제판트 계열 경구제는 복용 후 한 시간 전후로 혈중 농도가 충분히 높아져 급성기 치료제로 가능성이 있다"며 "아큅타도 최근 급성기 치료 관련 임상시험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됐기에 수개월 내로 FDA와 국내 허가 사항에 추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룬드벡의 주사제 '바이엡티'도 내년 중 국내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바이엡티는 3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정맥주사제로, 현재까지 개발된 약제 중에서 투여 간격이 가장 길다. 김병건 교수는 "바이엡티는 식약처의 임상시험 검토를 거친 후 올 하반기에 허가받은 뒤 내년 초에 우리나라에 출시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