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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학업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다 얼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미국 남성이 안면 인식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찾았다./사진=메이요 클리닉
성형외과 하면 흔히 미용수술을 떠올리지만, 이 분야에는 질환 치료 이후의 삶을 회복시키는 고난도 재건의학도 포함된다. 사고나 질병으로 팔을 잃은 환자에게 수부를 이식하는 것도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몫이다. 이식은 단순한 외형 복원이 아니라 일상 기능과 사회적 정체성을 되찾는 치료다. 의학적으로는 이미 가능성이 입증됐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안면이식, 기술은 충분하지만 제도는 공백
국내 손·팔 이식은 지난 2018년 8월 법제화됐다. 절단 후 최소 6개월이 지나야 하고, 환자가 등록된 병원에서 심장과 간, 신장, 폐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뇌사자에게서만 손·팔을 기증받을 수 있다. 법제화 이후 첫 수부 이식 수술은 2021년에 시행됐다. 사고로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이 절단된 60대 남성이었다. 당시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홍종원 교수팀이 17시간에 이르는 대수술 끝에 팔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환자는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내에서 2건의 추가 수부 이식이 진행됐다.

복합조직이식은 피부나 연부조직, 혈관, 근육, 뼈, 신경 등을 정밀하게 옮기는 고난도 수술이다. 손·팔, 안면, 자궁, 호흡기관 등이 대표적인 이식 대상이다. 안면 이식은 2005년 프랑스에서 개에게 물려 얼굴이 훼손된 여성을 상대로 처음 시도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50건 이상 시행됐다. 총기 사고가 빈번한 미국에서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단 한 건도 시행되지 않았다. 미세봉합기술과 박리술 등의 임상 경험, 면역억제제 등 약물 치료 인프라는 충분하지만, 현행 장기이식법에서 ‘안면’을 이식 가능한 장기로 인정하고 있지 않아서다. 이에 대해 홍종원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은 개별 사례별로 허가를 내주고, 데이터를 축적한 뒤 법과 제도를 정비해 왔다”며 “반면 우리는 준비가 완벽히 갖춰진 뒤에야 첫 사례를 허용하려는 것처럼 보여 아쉽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 많지만, “미래 환자 위해 준비해야”
물론 안면이식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면역억제와 기증자 문제다. 피부는 간이나 신장과 달리 항원성이 큰 조직으로, 이를 억제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사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 과정에서 면역력이 저하돼 감염이나 다른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기증자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다. 얼굴은 개인의 정체성과 직결된 신체 부위인 만큼, 기증자와 유가족의 심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장기 기증 희망자가 감소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큰 안면까지 기증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교수는 “실제로 손이나 얼굴 이식이 자칫 장기기증 문화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며 “이 때문에 더더욱 사회적 합의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필요로 할 환자를 위해 제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종원 교수는 “수부 이식도 첫 수술 사례가 언론에 알려진 뒤에야 수술을 문의하는 환자들이 생겨났다”며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제도적 틀이 마련돼야 비로소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부이식과 안면이식을 미용 성형의 연장선이 아니라 필수 재건의료로 바라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고로 양손을 잃은 환자에게 손은 생존을 넘어 노동과 자립의 문제이고, 안면 손상 환자에게 얼굴은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기반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