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테크]
병의원도 ‘장비’가 중요한 시대다. 어떤 장비를 갖추느냐가 의료 서비스 질을 결정하는 만큼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재 한국의 의료기기 관련 제도를 돌아보기 위한 ‘대한민국 미래 바이오·헬스 포럼 파트2’가 지난 12일 개혁신당 이주영 국회의원의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이나 혁신의료기술 평가로 시장에 진입한 의료기기 제조·개발사는 다양한 고충을 토로했다.
◇의료기기, 개발 후 시장 진입 난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제품이래서 곧바로 의료현장에 도입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전성·유효성을 판단하는 식약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 해당 기기를 이용한 의료적 처치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지(급여) 혹은 받지 않을지(비급여)가 정해지고, 임상 현장에서 환자에게 기기를 사용한 다음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이용한 의료기기 등 이전에 없던 기술로 만든 의료기기는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전에 없던 기술이다 보니 유효성의 토대로 인용할만한 선행 연구 결과가 부족해서다. 게다가 기업들이 신의료평가를 기다리는 동안 환자와 의료진은 최신 기술을 사용해보지 못하는 손해를 입는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이에 안전성이 확인된 의료기기에 한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기 전에 시장에 먼저 뛰어들 수 있게 하는 선진입 제도들이 마련됐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혁신의료기술 평가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 등이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로 시장에 진입하면 약 2년간 시장에서 비급여로, 혁신의료기술로 진입하면 3~5년간 선별 급여 또는 비급여로,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로 진입하면 약 3년간 비급여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다. 이 시간동안 기업들은 자사 기기의 임상적 유효성을 뒷받침할만한 실제 환자 대상 근거를 축적해 ‘본심’인 신의료기술평가를 대비한다.
◇시장 진입 시간·비용 부담 과도해
기업을 배려한 제도지만, 소규모 기업 중심의 의료기기 개발·제조 생태계에는 이조차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우선 시간과 비용 부담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 혁신의료기술 평가에 지나치게 많은 단계가 있어, 선진입 제도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여전히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그중 하나다. 개인 맞춤형 수면 디지털 치료제 슬립큐(SleepQ) 개발사 웰트(WELT) 강성지 대표는 “혁신의료기술 평가를 위해 수많은 기관과 위원회를 거치다 보면 1년이 훌쩍 지나가는데, 이 기간에도 기업은 인건비를 소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신청해야 하는데, 위원회의 논의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기업이 문제점을 보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평가 회의록이 공개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선진입 제도를 활용하는 동안에 본심을 대비하는 것도 난관이다. 뇌 영상을 분석해 퇴행성 뇌질환·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보조하는 아쿠아(AQUA)·아쿠아 AD(AQUA AD) 개발사 뉴로핏(Neurophet) 김동현 대표이사는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 인건비를 제외하고 병원과 함께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데에만 15억~20억 원이 들었다”며 “기술 선도 업체가 먼저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 건강보험에 수가 코드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 후발업체도 그 코드를 같이 쓸 수 있으니 선도자에게 유효성 근거 마련 비용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 체계, 최신 의료기기 도입에 부적합
현재 한국의 의료기기 관련 제도를 돌아보기 위한 ‘대한민국 미래 바이오·헬스 포럼 파트2’가 지난 12일 개혁신당 이주영 국회의원의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이나 혁신의료기술 평가로 시장에 진입한 의료기기 제조·개발사는 다양한 고충을 토로했다.
◇의료기기, 개발 후 시장 진입 난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제품이래서 곧바로 의료현장에 도입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전성·유효성을 판단하는 식약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 해당 기기를 이용한 의료적 처치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지(급여) 혹은 받지 않을지(비급여)가 정해지고, 임상 현장에서 환자에게 기기를 사용한 다음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이용한 의료기기 등 이전에 없던 기술로 만든 의료기기는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전에 없던 기술이다 보니 유효성의 토대로 인용할만한 선행 연구 결과가 부족해서다. 게다가 기업들이 신의료평가를 기다리는 동안 환자와 의료진은 최신 기술을 사용해보지 못하는 손해를 입는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이에 안전성이 확인된 의료기기에 한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기 전에 시장에 먼저 뛰어들 수 있게 하는 선진입 제도들이 마련됐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혁신의료기술 평가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 등이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로 시장에 진입하면 약 2년간 시장에서 비급여로, 혁신의료기술로 진입하면 3~5년간 선별 급여 또는 비급여로,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로 진입하면 약 3년간 비급여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다. 이 시간동안 기업들은 자사 기기의 임상적 유효성을 뒷받침할만한 실제 환자 대상 근거를 축적해 ‘본심’인 신의료기술평가를 대비한다.
◇시장 진입 시간·비용 부담 과도해
기업을 배려한 제도지만, 소규모 기업 중심의 의료기기 개발·제조 생태계에는 이조차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우선 시간과 비용 부담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 혁신의료기술 평가에 지나치게 많은 단계가 있어, 선진입 제도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여전히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그중 하나다. 개인 맞춤형 수면 디지털 치료제 슬립큐(SleepQ) 개발사 웰트(WELT) 강성지 대표는 “혁신의료기술 평가를 위해 수많은 기관과 위원회를 거치다 보면 1년이 훌쩍 지나가는데, 이 기간에도 기업은 인건비를 소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신청해야 하는데, 위원회의 논의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기업이 문제점을 보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평가 회의록이 공개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선진입 제도를 활용하는 동안에 본심을 대비하는 것도 난관이다. 뇌 영상을 분석해 퇴행성 뇌질환·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보조하는 아쿠아(AQUA)·아쿠아 AD(AQUA AD) 개발사 뉴로핏(Neurophet) 김동현 대표이사는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 인건비를 제외하고 병원과 함께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데에만 15억~20억 원이 들었다”며 “기술 선도 업체가 먼저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 건강보험에 수가 코드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 후발업체도 그 코드를 같이 쓸 수 있으니 선도자에게 유효성 근거 마련 비용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 체계, 최신 의료기기 도입에 부적합
현행 의료 체계가 AI 의료기기와 디지털헬스케어를 수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다양한 의료기기를 ‘같은 종류의 의료기기’로 분류하는 현재 기준이 그 예다. 전통적 의료기기들은 특정 입력값을 넣으면 정해진 규칙을 기반으로 결과를 산출하는 형식이라 검사 대상·목적·방법이 동일하면 같은 의료기기로 취급됐다. A사의 혈압계를 쓰나 B사의 혈압계를 쓰나 같은 수가를 적용받는 식이다. 그러나 AI를 이용한 의료기기는 회사마다 AI 학습에 쓴 데이터, 학습 방법, 알고리즘이 달라 검사 대상·목적·방법이 같아도 기기마다 성능 편차가 크다. 환자의 24시간 이내 심정지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AI 솔루션 딥카스(DeelCARS) 개발사 뷰노(VUNO)의 정문정 사업본부장은 “기기 평가 시, 해당 기기가 확보한 임상적 유효성 근거가 어떠한 수준인지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상 현장에 도입돼 사용되는 AI 의료기기는 사용할 때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AI 의료기기를 사용함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병원 업무 체계상 어려울 때가 있다. 흉부 엑스레이를 분석해 판독 소견서를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AI 솔루션 딥체스트(DEEP:CHEST) 개발사 딥노이드 김태규 전무이사는 “자사 기기를 사용해 환자 영상을 판독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환자를 대면할 일이 없으므로 AI 의료기기 이용 동의서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꼭 필요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환자에게 AI 이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것이 의료 행위 소요 시간보다 오래 걸리기도 한다. 하나의 흉부 CT 영상으로 폐암·폐기종·COPD·관상동맥질환 여부를 분석하는 AI 솔루션 에이뷰 LCS 플러스(AVIEW LCS Plus) 개발사인 코어라인소프트(Coreline Soft) 김진국 대표이사는 “의료기관 차원에서 현재 기관이 이용하고 있는 AI를 환자에게 고지·설명하되, 환자가 개별적으로 동의한 부분에만 의료진이 실제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개선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규제가 병원의 신의료기기 도입 의지를 막는다는 증언도 있었다. 자는 동안 수집한 호흡음을 분석해 수면무호흡증 중등도를 판단하는 AI 어플리케이션 앱노트랙(Apnotrak) 개발사 에이슬립(Asleep) 허성진 의료기기사업부장은 “병원에서 자사 기기를 사용하려면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망에 연동이 가능해야 하는데, 상급종합병원은 EMR을 외부 인터넷이나 기기와 분리한 폐쇄망으로 운영하게 돼 있어 어렵다”며 “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이 도입 의사를 보임에도 규제에 가로막혀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 격차 해법, 의료기기에 있다
또한, 임상 현장에 도입돼 사용되는 AI 의료기기는 사용할 때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AI 의료기기를 사용함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병원 업무 체계상 어려울 때가 있다. 흉부 엑스레이를 분석해 판독 소견서를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AI 솔루션 딥체스트(DEEP:CHEST) 개발사 딥노이드 김태규 전무이사는 “자사 기기를 사용해 환자 영상을 판독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환자를 대면할 일이 없으므로 AI 의료기기 이용 동의서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꼭 필요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환자에게 AI 이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것이 의료 행위 소요 시간보다 오래 걸리기도 한다. 하나의 흉부 CT 영상으로 폐암·폐기종·COPD·관상동맥질환 여부를 분석하는 AI 솔루션 에이뷰 LCS 플러스(AVIEW LCS Plus) 개발사인 코어라인소프트(Coreline Soft) 김진국 대표이사는 “의료기관 차원에서 현재 기관이 이용하고 있는 AI를 환자에게 고지·설명하되, 환자가 개별적으로 동의한 부분에만 의료진이 실제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개선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규제가 병원의 신의료기기 도입 의지를 막는다는 증언도 있었다. 자는 동안 수집한 호흡음을 분석해 수면무호흡증 중등도를 판단하는 AI 어플리케이션 앱노트랙(Apnotrak) 개발사 에이슬립(Asleep) 허성진 의료기기사업부장은 “병원에서 자사 기기를 사용하려면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망에 연동이 가능해야 하는데, 상급종합병원은 EMR을 외부 인터넷이나 기기와 분리한 폐쇄망으로 운영하게 돼 있어 어렵다”며 “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이 도입 의사를 보임에도 규제에 가로막혀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 격차 해법, 의료기기에 있다
최신 의료기기가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이 개발사 씨어스(Seers)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유통하고 있는, 입원 환자 건강 상태 모니터링 솔루션 싱크(thynC)가 그 예다. 대웅제약 조병하 디지털헬스사업부장은 “일명 ‘빅5’ 병원보다 지역 2차 종합병원들이 훨씬 빠르게 씽크 도입을 결정했다”며 “지역 병원들이 환자 관리 역량을 향상함으로써 수도권과 지역의 의료 질 격차를 줄이는 데 최신 의료기기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동형 심전도 측정 장치 하이카디(Hicardi) 개발사 메쥬(mezoo)의 심훈 상무는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존 의료 체계를 업데이트해야 하고, 기업은 규제가 기술의 발전을 뒤에서 따라오는 그 시차를 견디면서 현장의 요구를 계속해서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영 국회의원은 “독일과 미국은 디지털 치료제 처방이 환자들에게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은 각종 규제로 인해 이미 개발된 것도 실제 처방으로 이어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선진국을 벤치마킹해 국내 규제도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동형 심전도 측정 장치 하이카디(Hicardi) 개발사 메쥬(mezoo)의 심훈 상무는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존 의료 체계를 업데이트해야 하고, 기업은 규제가 기술의 발전을 뒤에서 따라오는 그 시차를 견디면서 현장의 요구를 계속해서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영 국회의원은 “독일과 미국은 디지털 치료제 처방이 환자들에게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은 각종 규제로 인해 이미 개발된 것도 실제 처방으로 이어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선진국을 벤치마킹해 국내 규제도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