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다시 보기]

이미지
C형 간염은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의료 현장에서의 주사기와 약물 관리가 감염 예방의 핵심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C형 간염은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의료 현장에서의 주사기와 약물 관리가 감염 예방의 핵심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감염 관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환자가 예기치 않게 중대한 감염병에 노출되면서 의료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토대로,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 간염에 걸린 한 60대 여성의 의료분쟁 사건을 정리했다.

◇사건 개요
60대 여성 김씨는 200X년부터 201X년 5월까지 A의료기관(의원)에 지속적으로 내원하며 수액 치료와 약물 치료를 받아왔다. 이후 201X년 7월, B의료기관에서 독성간염 의증으로 진료를 받던 중 C형 간염바이러스 RNA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됐다. 독성간염 의증은 약물, 건강기능식품, 한약, 술, 화학물질 등 외부 물질로 인해 간에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상태를 말한다.

상급종합병원(C의료기관)에서 시행한 검사 결과, 김씨는 C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HCV Ab) 양성으로 확인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후 혈액검사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고, 유전자 검사 결과 C형 간염 1a형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퇴원 후에도 간효소 수치와 바이러스 수치에 대한 추적 검사를 받았으며, 이후 만성 C형 간염으로 진단돼 약물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환자 “주사기 재사용으로 감염”
김씨는 A의료기관에서 수액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주사기가 재사용됐고, 이로 인해 C형 간염에 걸렸다고 주장하며 의료조정을 신청했다. 감염 이전에는 C형 간염 병력이 없었고, 장기간 동일 의료기관에서 반복적인 주사 처치를 받아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A의료기관은 주사기를 재사용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감염 경로와 책임 범위에 대해서는 조정을 통해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정 결과 “주사기 재사용, 감염 인과관계 인정”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전문 감정 결과에 따르면, A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여러 항생제와 이뇨제, 항히스타민제 등을 혼합해 수액이나 주사로 투여해 왔다. 그러나 감정위원회는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부족해, 해당 처방이 의학적으로 적절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된 것은 주사기와 약물의 재사용 관행이었다. A의료기관 의료진은 수액 세트의 고무 부위에 주사기를 연결해 약물을 투여했고, 하나의 주사기를 여러 환자에게 반복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정위원회는 이러한 행위가 혈액을 통한 감염균의 교차 감염 위험을 높이는 부적절한 의료행위라고 봤다.

조정위원회는 김씨가 장기간 A의료기관에서 반복적인 주사 치료를 받았고, 이후 타 의료기관 검사에서 C형 간염이 확인된 점을 종합해 주사기 재사용과 C형 간염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김씨의 상태는 만성 C형 간염으로,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씨는 이번 의료사고로 71억 원의 손해배상을 신청했고, 조정 결과 A의료기관은 16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김씨는 향후 이 사건과 관련해 민·형사상 추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의료기관의 명예나 평판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반드시 1인 1회 사용 원칙 지켜야
김씨가 겪은 C형 간염은 급성 감염뿐 아니라 만성 간염, 간경변,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질환이다. 현재까지 효과적인 백신이 없어 의료 현장에서의 감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주사기와 주사용 약물은 반드시 1인 1회 사용 원칙을 지켜야 하며, 남은 약물은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기관 역시 감염 관리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의료진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교육과 점검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환자 또한 반복적인 주사 치료를 받을 경우, 사용 기구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는 것이 의료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